LG 트윈스가 외야수 이천웅(35)의 비위 사실을 통보받고도 경기 출전을 강행한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천웅의 비위 사실을 LG 구단에 알린 건 5일 오후다. 개막 전 이천웅의 온라인 불법 도박을 신고받은 KBO는 관련 내용이 본지 단독(3월 31일)으로 보도되자 상황 파악에 나섰다. 며칠 동안 제보 내용을 다각도로 검토한 끝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구단에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라고 전달했다. 해당 선수가 이천웅이라는 언급도 함께였다. 실제 KBO는 하루 뒤인 6일 포수 박동원(LG)과 계약 협상 과정에서 금품을 요구한 의혹으로 해임된 장정석 전 KIA 단장 건과 온라인 불법 도박 사건을 함께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발표했다.
KBO 연락을 받은 차명석 LG 단장은 5일 당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으로 향했다. 이어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그라운드 훈련을 지켜보던 염경엽 LG 감독을 따로 불러 원정 감독실로 들어갔다. 오후 5시 원정 감독 인터뷰를 10여분 남겨뒀을 때였다. 오후 5시 5분쯤 더그아웃으로 나온 염 감독은 "무슨 대화를 나눈 거냐"는 취재진 질문에 "중요한 얘기인 줄 알았는데 별 얘기가 아니었다"며 "내 개인적인 얘기"라고 얼버무렸다. 단장과 감독의 '밀실 대화'를 지켜본 기자들이 "트레이드라도 하는 거 아닌가"라고 묻자 염 감독은 "트레이드가 없다. 지금 상황에선 트레이드가 안 된다"고 웃어넘기기도 했다.
그런데 이때 차 단장과 염 감독 사이에선 이천웅과 관련한 대화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LG 구단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두 분이 어떻게 얘길 나누셨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얘기(이천웅)는 분명히 있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LG는 KBO 통보 당일 이천웅을 1군 엔트리에서 빼지 않았다. 이를 두고 구단은 KBO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은 게 1군 엔트리를 결정한 뒤였다고 항변한다. 통보를 1군 엔트리 확정 전 들었다면 조치를 했을 텐데 그럴 수 없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다. 1군 엔트리에 있더라도 기용을 하지 않는 게 '정상'이지만 LG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천웅은 5일 고척 키움전에서 그라운드를 밟았다. 1-2로 뒤진 7회 초 1사 1루 박해민 타석에서 대타 중전 안타를 기록했다. 1루에서 세리머니까지 할 정도로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경기 전 온라인 불법 도박을 수사 의뢰하겠다는 KBO의 입장을 확인하고도 의혹 선수를 버젓이 경기에 뛰게 한 결과였다. A 구단 관계자는 "(KBO의 연락을 받고도 선수의 출전을 막지 않은) LG의 결정을 이해하기 힘들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LG는 3월 31일 KBO에 연락해 온라인 불법 도박 의혹 선수가 이천웅이라는 걸 확인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선수 말만 믿고 4월 1일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구단이 사안의 진실을 파헤치는 데 한계가 따른다. 선수가 아니라고 잡아떼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KBO의 통보를 받고도 경기를 뛰게 한 건 사건을 안일하게 바라봤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구단 관계자는 "저희 과오가 맞다. 거기에 대해서는 변명이나 이런 걸 하려는 건 아니다. 잘못이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