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맛’ 코미디의 대가 이병헌 감독의 새 영화 ‘드림’은 지난 2010년 세계 홈리스 축구대회에 출전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열심히 노력해서 통쾌한 승리를 거두는 여느 스포츠 영화와는 다르다. 이 영화는 도무지 구제할 수 없을 것 같은 한심한 인생이 ‘평범’해지기까지 여정을 그린 드라마다.
‘드림’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전직 축구선수 홍대는 어머니의 사기와 도피 혐의를 집요하게 묻는 기자의 눈을 찌르고 은퇴한다. 소속사에서는 홍대를 연예인으로 이미지 세탁하기 위해 홈리스 풋볼 월드컵 감독으로 재능 기부를 강요한다. 이미지 세탁을 도와줄 기술자는 현실파 PD 소민이다.
실력보다 카메라에 잘 잡힐 ‘사연’을 위주로 홈리스 풋볼 국가대표를 선정하는 홍대와 소민은, 점점 자신과 만난 노숙자들의 사연에 빠져든다. 잘 나가는 사업가였지만 IMF로 망하며 가정폭력을 저지른 환동(김종수), 친구 보증을 잘못 서서 가정이 파탄난 효봉(고창석), 열심히 살고자 했으나 공사장 낙상 사고로 희망을 잃은 범수(정승길), 생활고로 자녀 살해 후 자살하려 한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선(이현우), 조폭 출신 문수(양현민) 그리고 축구팀 피지컬 담당 영진(홍완표) 등이다.
‘드림’은 철저히 한국 사회에서 걸어나온 듯한 약자들의 이야기를 ‘코미디’ 장르로 풀려하다 보니, 이병헌표 말맛 코미디가 줄었다.
예를 들어 범수는 공사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다 떨어지는 사고로 모아둔 돈을 전부 써 버리고 절망에 빠진다. 한국 건설업 재해 사망 1위는 ‘떨어짐’ 사고다. 고용노동부의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268명이 떨어져서 죽었다. 범수는 그래도 살아보고자 노숙자 잡지 ‘빅이슈’를 판다. 범수는 허구 속 인물이지만, 너무나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인물이라, 그의 사연을 보고 웃기란 쉽지 않다. 범수를 비롯한 영화 속 노숙인들의 이야기는 웃음을 자제한 느낌을 준다. 이병헌 감독도 ‘드림’ 기자간담회에서 “사회적 약자를 희화화하고 싶지 않아 톤 조절을 했다”고 밝혔다.
대신 박서준과 아이유가 튀어나와 티키타카로 대사를 주고 받으며 ‘나 그래도 이병헌이야’라고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주책맞은 박서준의 연기에서 피식 포인트를 착실히 쌓아간다. 아이유는 클로즈업을 할 때마다 ‘예쁘다’라는 감탄이 나온다.
‘드림’은 웃음 보다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데 더 초점을 맞췄다. 떨어질 때까지 떨어져 밑바닥을 기는 사연들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런 사람들까지 불쌍하게 생각해야 해?’라는 질문이 들 무렵, 홍대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홍대의 숨겨진 사연을 소개하고, 그럼에도 그 인연을 손절하지 않는 모습을 소개했다. 손절은 이병헌 감독이 ‘드림’에서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다.
홍대는 자신이 맡은 홈리스 축구팀도 ‘손절’하지 않는다. 홍대는 찡그린 얼굴로 선행을 이어간다. 자신도 괴롭고 힘든데 얼렁뚱땅 ‘강요된 선행’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그런데 이상하다. 노숙자 축구팀의 헛발질에도, 형편없는 실력에도, 승리라곤 없는 인생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서 박수가 터져나온다.
가장 어려운 ‘평범한 삶’을 위해 발버둥치는 이 인생들을 응원하게 된다. ‘손절’이 인연을 정리하는 손쉬운 방법인 사회에서 이병헌 감독은 쉬운 길 보다는 그래도 열심히 살아가는 인생이 박수받을만하다는 응원을 전한다. 마치 게임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에서 등장하는 드래곤 파서낙스가 하는 질문이 오버랩된다. “선하게 태어나는 것과 악한 본성을 위대한 노력으로 극복하는 것. 무엇이 더 훌륭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