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아이돌 그룹들의 컴백이 줄지어 예고된 가운데, 발표될 앨범들에 아이돌그룹 멤버들의 자작곡이 대거 포진돼 눈에 띈다. 아이돌 멤버들의 자작곡 작업은 과거부터 이어져 왔지만 곡 수는 앨범 내 한 두곡에 불과했으나 최근 들어 앨범 전체를 책임지는 등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기획사마다 포진된 전문 작사, 작곡팀에 의해 곡이 탄생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들어 아이돌 멤버들의 역량을 키우는데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5월 1일 첫 번째 정규 앨범 ‘언포기븐’(UNFORGIVEN)을 발표하는 그룹 르세라핌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멤버 전원 작사에 도전했다. 르세라핌은 지난 17일 하이브 레이블즈 유튜브 채널에 일곱 편의 트랙 샘플러를 공개했다. 이 중 다섯 번째 영상인 ‘언포기븐-트랙 샘플 E’는 따스한 분위기와 '우리만 아는 이야기'라는 주제가 인상적이다. 이 곡은 멤버 다섯 명 전원이 작사에 참여하고 멤버 허윤진이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면서 르세라핌의 음악적 진정성을 부각시켰다. 르세라핌은 지난해 발매한 ‘피어리스’, ‘안티프래자일’ 두 장의 미니 앨범에서도 멤버들이 곡 작업에 참여한 바 있다.
5월 2일 컴백하는 비투비도 이번 앨범에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9일 공개된 비투비의 신보 트랙리스트에 따르면 타이틀곡 ‘나의 바람’(Wind And Wish)은 멤버 임현식이 작곡·작사·편곡에 참여해 비투비만의 색깔을 선명히 대중에게 보여줄 전망이다. 또 멤버 이민혁·프니엘까지 작사에 이름을 올려 한층 확장된 음악적 스펙트럼을 뽐낼 예정이다.
5월15일 새 앨범 ‘아이 필’(I Feel)을 공개하는 (여자)아이들은 리더 전소연을 중심으로 멤버들이 앨범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앨범은 아직 어떤 콘셉트인지, 멤버들이 얼마나 곡 작업에 참여했는지는 아직 발표하진 않았지만, 이번에도 전소연을 중심으로 (여자)아이들의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곡 작업이 됐다는 후문이다.
(여자)아이들은 그간 전소연, 민니, 우기 등 멤버들이 줄곧 곡 작업에 참여하며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왔다. 특히 지난 2020년 발매한 4번째 미니 앨범 ‘아이 번’(I burn) 같은 경우 전곡이 멤버들의 자작곡으로 채워진 바 있다. 전소연이 프로듀싱한 (여자)아이들의 ‘Nxde’는 지난 1월 미디어베이스 차트 ‘톱 40’에서 39위에 랭크되며 새 역사를 썼다. 미디어베이스 차트는 미국 및 캐나다 180여 개의 라디오 스테이션에서 재생되는 노래를 집계하는 차트다. (여자)아이들은 자작곡으로 해당 차트에 랭크인 하며 의미를 더했다.
아이돌그룹 멤버들의 적극적인 앨범 참여는 각 소속사의 전략이기도 하다.
(여자) 아이들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여자)아이들 멤버뿐만 아니라 큐브 소속 아티스트들의 프로듀싱 능력은 오래된 교육 시스템의 결과물이다. 멤버들의 개인 역량 성장을 위해 회사 내부에서 노력하고 장점으로 키워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면서 “연습생 때부터 프로듀싱 교육을 시킨다. 신인개발팀에서 만든 커리큘럼 중 하나의 교육이다. 필수 교육은 아니지만 의지가 있는 인원들에 한 해 교육을 시킨다”라고 설명했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자작곡 작업이 더 활발해지는 이유는 팬덤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한 가요관계자는 “현재 K팝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 멤버의 자작곡이 나오면 일단 듣는 편이다. 또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가 참여한 다른 아티스트의 곡도 관심 있게 본다. 이는 해당 아이돌 멤버의 저작권 수익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팬들은 더 적극적으로 들어주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그렇다고 수준 미달인 아이돌 멤버들의 자작곡이 세상에 공개되는 일은 드물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멤버들이 자신이 만든 수십곡을 들고 와서 앨범에 넣어달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안될 때가 많다. 앨범 구성에 있어서는 회사 내에서 냉정한 평가가 따르고 멤버들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선 수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관계자는 “요즘 아이돌 멤버들이 야무진 욕심들을 갖고 있다. 자기 노래는 자신이 작곡, 작사를 해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물론 저작권료에 대한 욕심일 수도 있으나 그만큼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듣기 좋은 곡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갖고 온다. 회사 입장에서나 멤버 개인의 입장에서 봐도 좋은 현상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