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충균(50) 서울 이랜드 감독이 고개를 숙였다.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이 매체를 통해 공개됐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취재진과 마주한 박 감독은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된 인터뷰 때문인지 표정이 썩 밝지 않았다.
부천FC1995전(1-0 승)을 앞둔 박 감독은 사전 기자회견에서 빡빡한 일정에 관한 질문에 “기자 분들 앞에서 말하기가 매우 조심스럽다. 저번에도 내 의도와 다르게 기사가 나갔다. 선수 이야기를 가급적 하고 싶지 않다”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발언에는 이유가 있었다. 박충균 감독은 지난 15일 충남아산FC전(0-2 패) 이후 ‘U-22(22세 이하) 카드 선택이 아쉬웠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했다. 당시 박준영(20)이 선발로 나섰고, 선수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박 감독은 “오랜만에 출전하다 보니 템포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자기의 판단을 자책한 것인데, 자칫 이어진 평가와 직결돼 박준영이 출전한 게 패착이었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었다.
사흘간 충남아산전 인터뷰로 마음고생한 박충균 감독은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경기에서 지고 그르치는 건 감독의 잘못”이라며 “(경기가) 끝나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부천전 승리를 이끈 박충균 감독은 인터뷰를 마친 뒤 자리를 떠나지 않고 다시금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박준영도, 나도 (기사가) 신경이 많이 쓰였다. 나는 선수 탓을 하고 싶지 않다. U-22 카드를 고민했다고 했는데, 마치 내가 U-22 카드를 잘못 써서 졌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갔다”며 “선수도 힘들었을 거고 나도 며칠 동안 굉장히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박충균 감독은 이번 일과 관련해 박준영과 두 차례 면담했다고 한다. 아울러 박준영과 그의 부모에게 정식으로 사과했다. 그는 “나도 스물여섯 된 아들이 있다. (아들도) 아직 어려 보이는데, 박준영은 스무 살밖에 안 됐다.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고 부모님도 걱정하셨을 것 같다. 박준영과 부모님께 사과하고 싶다”며 진심을 전했다.
2003년생인 박준영은 지난해 서울 이랜드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신인이다. 2022시즌 K리그2 18경기에 출전해 1골을 넣으며 가능성을 보였고, 올 시즌 박충균 감독 휘하에서도 믿음을 받으며 5경기에 나섰다. 박 감독은 “박준영이 넘겨야 할 시련인 것 같다. 잘 이겨내서 좋은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