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와 김민재(27)의 ‘별들의 전쟁’ 여정이 허망하게 끝났다. 대진 추첨 당시만 해도 결승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AC밀란의 벽을 넘지 못한 채 8강에서 탈락했다.
나폴리는 1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나폴리의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에서 열린 2022~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에서 AC밀란과 1-1로 비겼다. 1차전 원정에서 0-1로 패배했던 나폴리는 1·2차전 합계 1-2로 져 탈락했다.
핵심 수비수 김민재의 공백이 뼈아팠다. 그는 지난 8강 1차전에서 대회 세 번째 경고를 받아 누적 경고 3회 징계로 2차전에 나서지 못했다. 김민재의 공백을 대신 메운 건 브라질 출신 수비수 주앙 제주스였는데, 그 자리에서 실점이 나왔다.
나폴리는 전반 43분 올리비에 지루에게 치명적인 선제골을 실점했다. 하파엘 레앙의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에 이은 컷백을 지루가 문전에서 마무리했다. 제주스는 상대 공격수 2명 중 1명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빠른 결단 대신 이도저도 아닌 수비에 그쳤다. 결국 지루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문전에서 슈팅해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다.
온전히 제주스에게 책임을 전가할 장면까지는 아니었다. 그래도 ‘김민재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지루는 1차전에서 김민재가 꽁꽁 묶었다. 김민재에 막혀 1차전에서 최저 평점을 받았던 지루는 이날 팀을 4강으로 이끄는 골의 주인공이 됐다.
사실 나폴리는 8강·4강 대진 추첨 당시만 하더라도 결승 진출에 대한 희망이 부풀었다. 이번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압도적인 강세를 보여주고 있는데, 8강에 이어 4강에서도 세리에A 팀인 인터밀란을 만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통계업체 파이브서티에이트가 8강에 오른 팀들 가운데 나폴리의 결승 진출 가능성(43%)을 가장 높게 예측할 정도였다.
그러나 연이은 악재가 나폴리의 UCL 여정을 막아섰다. 1차전에서는 핵심 공격수 빅터 오시멘이 뛰지 못했고 안드레-프랑크 잠보 앙귀사가 퇴장을, 김민재는 대회 세 번째 경고로 징계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앙귀사 대신 출전한 탕기 은돔벨레의 실수, 김민재 대신 출전한 제주스의 아쉬운 수비가 맞물려 2차전에서 치명적인 실점을 허용했다.
김민재 입장에선 지난 8강 1차전에서 경고로 이어진 불만 제스처 하나가 통한의 실수로 남게 됐다. 당시 김민재는 공중볼 경합 이후 주심의 파울 선언에 과격한 몸짓으로 불만을 드러냈다가 옐로카드를 받았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판정이었지만 순간을 참지 못한 대가는 컸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8강에서 다소 흥분한 상태였고, 결국 경험이 부족한 대가를 치렀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앞서 코파 이탈리아(컵대회)에서도 탈락한 나폴리는 남은 시즌 세리에A 우승 경쟁에만 전념하게 됐다. 다행히 리그에선 2위 라치오와 격차가 14점 차라 우승은 기정사실이 됐다. 옵타가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망한 나폴리의 세리에A 우승 확률은 10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