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처럼 경기장에 일찍 출근해 실내배팅장에서 훈련하던 신인에게 깜짝 손님이 찾아왔다. 신인의 타격 자세를 고쳐주던 깜짝 손님은 공 바구니 앞에 자리를 잡더니, 티바 위에 공을 얹어주며 훈련을 도왔다. 공 한 개 한 개를 칠 때마다 자세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깜짝 손님은 강백호(24)였다. 평소 일찍 출근하는 그의 앞에 신인 정준영이(19) 홀로 티배팅을 치고 있었고, 무심코 지나가려던 차에 후배 선수의 ‘고군분투’가 신경이 쓰여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큰 의미는 없었다. 강백호는 그저 신인 선수가 홀로 훈련하는 것이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웠고, 자신의 신인 시절이 떠올라 다가갔다고 이야기했다. 강백호는 “(정)준영이가 이른 시간부터 열심히 하고 있더라”면서 “내가 뭔가 지도해 주기보다 같은 타자로서 어떤 식으로 타격했을 때가 더 좋은지 공유하면서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봤을 뿐이다”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이제 막 프로에 데뷔한 신인에겐 소중한 시간이었다. 전날(18일) 상황을 돌아보던 정준영은 “경기장에 일찍 나온 보람이 있었다. (강)백호 형의 조언을 듣고 타격을 했는데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정준영은 “선배들 대부분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다가가기 힘들었는데, (강)백호 형이 먼저 다가와 주시면서 많은 조언과 노하우를 알려주신다”라면서 “어제도 갑자기 오셔서 이것저것 많이 가르쳐주시고 며칠 전엔 아침도 같이 먹으면서 잘하라고 배트와 글러브도 선물로 주시더라. 정말 감사했다”라며 활짝 웃었다.
신인 정준영은 매일 훈련 두 시간 전에 출근해 개인 훈련에 매진한다. 하지만 매번 자신보다 일찍 오거나 비슷한 시간대에 오는 선배들이 있다고. 출근 시간 1, 2위를 다툰다는 박병호(38)와 강백호였다. 이미 리그를 주름잡은 선수들이지만, 누구보다 일찍 나와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정준영 자신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고 전했다.
정준영은 신인이지만 스프링캠프부터 이강철 감독의 눈도장을 받으며 기대를 모았다. 이강철 감독이 직접 개막 엔트리 합류 가능성을 말할 정도. 비록 개막 엔트리는 무산됐지만, 대신 2군에서 5경기 타율 0.350(20타수 7안타) 6타점으로 맹활약하며 곧 1군에 콜업됐다. 지난 14일 한화 이글스전에선 데뷔 첫 안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정준영은 “확실히 (프로에서) 수준 차이를 느끼긴 했다. 하지만 코치님들께서 ‘기술적으로 지적할 건 없고, 프로라고 생각하지 말고 고등학교 때처럼 하라’면서 편하게 해주신 덕분에 조급함이 조금 사라졌다”라고 전했다. 그는 “잘하려는 마음보단 부족한 부분을 하나하나 보완해 가면서 첫 시즌을 보내고 싶다. 1군에서의 마인드도 조금씩 정립해 나가면서 몇 년 안에 팀에서 빨리 자리 잡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선배들의 값진 조언과 성실함 덕분이었을까. 정준영은 19일 수원 SSG 랜더스전에서 중견수 대수비로 출전, 9회 환상적인 다이빙캐치로 팀의 실점을 막아내며 팬들 앞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