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는 “모든 기록이 소중한데, 연속 출장(193경기) 무교체 출장(153경기) 기록을 깨기 힘들 것 같다”고 콕 집었다. 실제 김병지는 2003년 4월 12일부터 2007년 10월 14일까지 4년 반 동안 쉼 없이 달린 끝에 이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끊임없는 ‘목표 설정’이 답이었다.
프로 생활을 하는 동안 술, 담배 등을 일절 손대지 않은 김병지는 “자신과 지켜야 하는 약속을 정말 잘 지켰다. 술, 담배, 체중 관리라고 하면 단지 세 가지 같지만, 그 안에 지켜야 할 것이 정말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몸에 해로운 것을 피함으로써 얻은 부가적인 효과가 매우 크다고 부연했다.
김병지는 “첫 목표가 프로 경기 뛰는 것, 두 번째는 국가 대표되는 것, 세 번째가 월드컵 나가는 것이었다. 이것들을 이룬 후에는 목표 설정이 중요하고 한계가 없다는 걸 알았다. 작은 목표 성공이 큰 목표가 되고, 큰 목표가 긴 목표가 되면서 남들이 깰 수 없는 기록을 만든 것 같다”고 돌아봤다.
빼어난 선방 능력과 화려한 퍼포먼스도 김병지 하면 빼놓을 수 없다. 김병지는 페널티 박스뿐만 아니라 넓은 공간을 커버하는 한국 최초의 ‘스위퍼 키퍼’로 평가된다. 당시 그가 공을 툭툭 치며 앞으로 나가는 드리블은 팬들을 열광케 했다. 공격 가담을 즐기는 골키퍼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기나긴 현역 생활 수많은 공을 막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득점’ 장면을 떠올렸다.
김병지는 “1998년 10월 24일 아내의 생일 때 넣었던 헤더 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막은 걸 생각해야 하는데, 내 헤더 골이 K리그 역사상 (골키퍼의) 첫 필드골이었고 아주 중요한 골이었다. 기쁜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김병지가 속한 울산은 포항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3으로 졌다. 그러나 2차전 후반 막판에 김병지가 공격에 가담해 골망을 갈라 2-1 승리를 이끌었고, 울산은 챔프전에 진출했다.
독특한 이력을 지닌 김병지는 그 시대에는 특이한 골키퍼였다. 하지만 현대 축구에서는 김병지처럼 넓은 공간을 커버하고 공격에 관여하는 수문장이 대세다. 김병지는 “당시 나는 튀는 골키퍼였다. 그런데도 좋아하는 팬들이 많았다. 지금은 당연히 ‘저 정도는 해야지’, ‘그렇게 하는 거지’라고 볼 것 같다. 나는 (현대 축구에) 적응을 잘했을 거 같다. 호불호가 덜 갈렸을 것 같다”며 웃었다.
불멸의 기록을 여럿 보유한 김병지는 프로축구 출범 50주년 베스트11의 골키퍼 자리를 사수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그는 “조현우(울산 현대)와 김영광(성남FC)이 좋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셋(김병지·신의손·이운재)을 넘기는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인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며 후배들을 응원했다.
김희웅 기자 sergi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