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효(48) 광주FC 감독은 2023시즌 K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령탑이다. 공격적인 전술, 거침없는 언사로 축구 팬과 미디어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지난해에는 ‘초보 사령탑’ 꼬리표가 붙었다. 코치 생활은 길었지만, 프로팀 감독직은 처음 수행하는 탓이었다. 우려의 시선이 있었지만, 이정효 감독은 광주를 강팀으로 변모시켜 K리그2 정상에 올려놨다.
K리그1에서는 ‘도전자’였다. 이정효 감독은 2부에서 했듯 높은 압박 라인과 공격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뱉은 말을 지켰다. 아울러 1부 12개 팀 중 5위를 달릴 만치 성적도 좋다. 광주가 올 시즌 ‘돌풍의 팀’으로 불리는 이유다.
광주에서는 이정효 감독이 가장 자주 ‘인터뷰이’다. 변화무쌍한 전술로 그가 구사하는 축구에 관한 궁금증도 크지만, 지난달 FC서울전 패배 후 ‘필터 없는’ 발언(수비적으로 나선 서울을 저격해 '저렇게 축구하는 팀에 졌다는 게 제일 분하다'고 말함)을 하는 등 거침없는 말도 인기 요인이다. 이기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은 축구 팬 사이에서 늘 화제가 된다.
이정효 감독은 자신에게 향하는 스포트라이트가 썩 만족스럽진 않다. 선수들이 더 빛나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지난 23일 강원FC전(0-0 무)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내가 왜 경기 끝나고 인터뷰해야 하냐. 너희들이 분발했으면 좋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정원사’를 자처했다. 이정효 감독은 “예를 들어 꽃이라고 하면 우리 팀에는 반쯤 핀 선수들이 많다. 좀 더 활짝 필 수 있도록 물도 주고 거름도 줘야 한다. 많은 것을 투자한다면 올 시즌 끝나기 전 활짝 피지 않을까 싶다. 나보다는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빛날 수 있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밝혔다.
올 시즌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이정효 감독은 목표를 묻는 말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당시 그는 “우리 선수들이 국가대표에 많이 뽑히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정효 감독은 선수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감 없이 선수들을 비판하고 꾸짖는다. 외국인 선수도 예외는 없다. 다소 과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 감독은 개의치 않고 ‘호랑이 선생님’ 같은 면모를 보인다. K리그2 40경기에서 단 4패(25승 11무)를 거둔 지난해에도 그랬다. 당근보다는 채찍을 꺼냈다.
지도 방식이 바뀌지 않는 이유가 있다. 지난 시즌 K리그2 우승 후, 이정효 감독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내게 축구를 배운 선수들이 지도자가 됐을 때, 내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다. (제자들이) 다른 선수들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데, 대충 가르치면 다른 이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의) 사고를 바꿔주고 싶었다. 결국 이들도 후배들의 삶을 바꿔줘야 해서 더 혹독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