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60)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2011년 부임 후 팬들로부터 '관중'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작전을 최소화하고 선발 강판을 가능한 한 미루며 경기를 지켜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불신의 대상이었으나, 결국 류 감독은 KBO리그 사상 첫 통합 4연패를 이뤘다.
류중일 감독과 정반대되는 '스몰볼'이 2023년 리그의 최대 화두다. 염경엽(55) LG 트윈스 감독은 시범경기부터 선수들의 도루 시도를 독려했다. 그 결과 LG는 팀 도루 34개(24일 기준)로 단독 1위에 올라 있다.
이승엽(47) 두산 베어스 감독도 작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감독은 선임됐을 때부터 '일본 야구'를 꺼내며 홈런 대신 주루와 진루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산은 희생 번트 6개(공동 6위) 도루 시도 26개와 시도 비율 9.7%(이상 3위)를 기록 중이다.
문제는 리스크다. LG는 도루 성공률이 61.8%(실패 21회)에 불과하다. LG의 희생 번트 시도가 23회로 유일하게 20회가 넘는데, 성공률은 43.5%에 불과하다. 두산도 도루 성공률이 65.9%, 번트 성공률이 50%에 불과하다.
부상 위험도 크다. 두 팀의 주축 타자들은 대부분 30대 고연봉 고참들이다. 박해민·오지환·김현수·박동원(이상 LG)이나 정수빈·허경민·양의지(이상 두산) 등이 뛰다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그날 경기가 아니라 시즌을 망칠 수도 있다.
리그 환경에 적합하다면 작전 야구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프로야구(NPB)는 한국보다 번트 시도가 많다. 일본은 지난해 12개 팀 중 평균자책점 최하위가 3.70인 요미우리 자이언츠(2022년 KBO리그 평균자책점 4.08)일 정도로 투고타저가 심각하다. 그래서 안타를 기대하기보다 작전으로 득점을 노린다. 지난해 번트 시도 수가 타석당 0.023개로 한국(0.017)보다 50%가량 높다.
LG와 두산은 이와는 사정이 다르다. LG는 현재 타율(0.292) 안타(196개) 2루타(38개) 득점(119점) 볼넷(102개) 출루율(0.385) 장타율(0.408) OPS(출루율과 장타율의 합·0.793)에서 모두 1위를 기록 중이다. 역시 1위인 도루를 제외하고도 8개 부문에서 정상에 올라 있다. 두산도 팀 홈런 2위(15개)로 장타가 충분한데, 두 팀 모두 타격 대신 작전을 써 득점이 줄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주자가 뛸 수 있다는 인상이 배터리를 압박해 타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실제로 LG는 주자 1루 상황에서 OPS 0.763(4위)으로 주자 없을 때(0.719·3위)보다 높다. 그러나 이게 유의미한 차이라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도루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득점권 상황(OPS 0.934) 성적이 뛰어났다.
LG는 지난 23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두 차례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다. 6회 초 박동원이 무사 3루 상황에서 스퀴즈를 시도하다 실패했고, 8회 초 무사 만루 상황에서 홍창기가 초구 스퀴즈를 시도했다가 파울에 그쳤다. 이승엽 감독도 19일 한화전 9회 초 1점 차 무사 2루 상황에서 강승호에게 번트를 지시했으나 뜬공에 그쳤다. 박동원은 20홈런을, 홍창기는 3할 타율과 출루율 4할을 기대할 수 있는 타자다. 강승호는 10홈런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벤치의 선택은 1점 차로 패배로 끝났다.
감독 야구가 꼭 '스몰볼'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 김태형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두산 감독 시절 '감독 야구'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작전 대신 선 굵은 공격으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그는 지난 2019년 개인 세 번째 우승을 이룬 후 "감독은 작전이 통했을 때(의 성취감)에 빠지면 안 된다. 144경기의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우승의 비결을 전했다.
2023년 정규시즌 일정의 13% 정도가 진행됐다. 사령탑을 바꾸고 상위권에 포진한 LG와 두산의 달라진 팀 컬러를 보는 게 야구팬의 즐거움이다. 현재 두 팀의 성적에 감독의 스타일이 어떤 영향을 줬을까. 시즌이 더 진행되면 염경엽 감독과 이승엽 감독이 어떤 변화를 줄까. '작전 야구'를 선언한 두 팀을 보는 관전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