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호(30) 두산 베어스 전력분석원 매니저의 이력은 독특하다. 구단 통역 매니저에서 프로야구 선수, 구단 전력분석원이 되기까지. 야구를 향한 열정 하나로 도전을 거듭한 끝에 그는 서른의 나이에 야구 현장에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직무를 두루 경험한 베테랑 인재가 됐다.
◆ 통역 매니저→프로야구 선수→전력분석원, 안찬호의 무한도전
안찬호의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5살 때 건너간 미국에서 리틀야구를 경험한 그는 프로야구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고등학교 3학년 때 귀국, 대학교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프로 도전에 나섰다. 비록 프로 지명은 받지 못했지만, 안찬호는 포기하지 않고 구단 직원과 독립야구단 선수를 지내며 꿈을 놓지 않았다.
2017년 KT 위즈에서 통역 매니저로 한 시즌을 보낸 것이 안찬호의 열정에 불을 지폈다. 선수들과 1년간 동고동락하며 현장을 누빈 그는 선수들의 열정과 자세, 루틴 등을 직접 보고 배우면서 프로를 향한 갈망이 더 커졌다. 이후 안찬호는 다시 글러브를 잡았고, 이듬해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해 몸을 만들며 프로를 향한 도전을 거듭했다.
그리고 4년 뒤인 2021년, 안찬호는 꿈에 그리던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의 입단 테스트를 통과해 2021년 프로 무대에 첫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퓨처스리그 첫 8경기서 8이닝 2자책을 기록하는 등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지만, 1군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고 결국 1년 만에 방출됐다.
안찬호는 쉬지 않고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두산에서 방출된 뒤 바로 구단 프런트의 문을 두드렸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통역 매니저와 프로 선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인턴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 온 덕에 여러 팀에서 러브콜이 왔지만, 안찬호는 자신에게 프로의 기회를 준 두산의 손을 잡으며 친정팀과의 동행을 이어가게 됐다.
◆ 선수의 꿈 내려놓은 안찬호, "누구보다 해박한 지식인, 대단한 조력자가 되고 싶어요"
1년 만에 끝난 프로 선수의 꿈. 아쉽진 않았을까. 하지만 안찬호는 “꿈을 이뤘기에 후회는 없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1년간의 프로 생활이 훌륭한 자양분이자 ‘마지막 퍼즐’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 누구보다 야구 지식이 해박한 ‘지식인’이 되고 싶다는 그는 단순히 이론만 빠삭한 것이 아닌, 선수와 현장의 관점에서 야구 지식을 이해할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갖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안찬호는 전력분석 업무에 자신의 선수 경험을 잘 녹여내고 있다. 선수의 입장에서 데이터를 해석하고 선수의 관점에서 정보를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장점으로 승화시키고 있다고. 정오에 출근해 다음날 자정에 퇴근하는 강행군이 매일 이어지고 있지만, 안찬호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안찬호는 “선수들에게 시간을 많이 할애한 만큼, 선수들이 잘하면 하나도 힘들지 않다”라며 활짝 웃었다.
‘야구인’ 안찬호의 목표는 명확하다. 짧게는 전력분석원이라는 조력자로서 두산의 우승에 힘을 보태고, 길게는 해박한 지식으로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는 ‘대단한’ 조력자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이 공부하고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단한 조력자’가 되기까지 더 도전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 안찬호가 당부하는 '중꺾마', "나도 해봤으니까요"
안찬호에게 ‘도전’에 대해 물었다. 그는 “프로에 도전하는 것도, 구단 프런트가 되는 것도 내 나름의 큰 도전들이자 도전의 연속이었다. 생각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면 이루기 쉽지 않은 도전들이었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지금 당장은 힘들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겠지만 매일 아침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되새기고, 힘들어도 참고 버티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힘냈으면 좋겠다. 나도 해봤으니까 용기를 주고 싶다”라며 사람들에게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에필로그
인터뷰 후, 선수 시절 두산 유니폼을 입고 찍은 사진을 안찬호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선수 생활을 2군에서만 하다보니 제대로 된 사진이 없었고, 보내준 사진도 영상을 캡쳐한 흐릿한 사진들 뿐이었다. 그러던 중 유니폼 입은 사진을 한 장 찾았다며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부모님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었다.
안찬호는 "(인터뷰 할 때)개인적으로 돌아가신 어머님 이야기를 하지 못해 아쉬웠다. 사진으로라도 기사에 나오면 좋을 것 같다"라고 구단 관계자를 통해 조심스레 요청했다.
구단 관계자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어머니께는 아들로서 정말 죄송한 마음뿐이다. 아들의 꿈을 언제나 진심으로 응원해준, 내 최고의 지원군이었다.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리고, 또 사랑하는 아버지께도 힘내라고 전달하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상을 당했을 때 정말 큰 위로가 되어준 여자친구와 올해 결혼한다. 고맙고 사랑한다"라는 말도 덧붙이며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