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G전자가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추월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과감한 선택과 집중이 뒷받침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5일 재계와 증권사에 따르면 LG전자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를 처음으로 제치는 등 분위기를 타고 있다. LG전자는 매출 20조4178억원, 영업이익 1조4974억원이라는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역대 최대치였던 2022년 1분기 1조9429억원 영업이익은 넘지 못했지만 지난해 4분기 693억원과 비교하면 2060%나 증가한 수치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6000억원에 머물렀다. 전년 동기 대비 96% 급감한 성적표를 받았고, 업황 침체로 주력인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 볼륨 차이는 3배 이상이다. 무엇보다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에 우위를 점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깜짝 실적’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구광모 회장의 과감한 결단에 있다. 적자와 저성장 사업부를 정리하는 등 체질 개선에 성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구 회장은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처하는 컨트롤타워 격인 '워룸(전시상황실)'을 선제 운영하며 전사적인 재고 관리와 수익 개선에 힘써 왔다. 이런 와중 구 회장은 최근 현장 경영의 비중을 높이는 등 미래 동력 찾기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전자가 휴대폰과 태양광 사업 등을 접고 가전 중심으로 전환한 게 주효한 전략으로 보인다. 지난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재고를 소진한 것도 적중했다”고 평가했다.
구광모 회장은 2019년까지 영업적자만 5조원에 달했던 ‘아픈 손가락’인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했다. LG전자의 3대 사업 중 하나였고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됐던 부문이라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과감한 결단으로 수익성 강화에 성공했다.
이어 중국의 저가공세로 어려움이 예상됐던 태양광 사업도 지난해 철수했다. LG전자의 태양광 기술력은 일류지만 미래 비전과 성장 측면에서 구 회장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LG퓨얼셀시스템즈, LG히타치워터솔루션 등도 매각하며 포트폴리오 개선에 심혈을 기울였다.
대신 구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공을 들였던 전장사업(VS)은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VS사업부의 매출액이 8조6496억원을 기록해 LG전자의 전체 매출 비중 10%를 넘어섰다. 전기차 확대 등으로 VS사업은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올해 1분기에 역대 최대 매출이 전망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 1월 “전장사업이 10년 만에 턴어라운드 했고, 고속도로에 올라가서 액셀을 밟을 일만 남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주력인 가전에서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고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미국의 최대 가전업체인 월풀을 제치고 가전 부문에서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다. LG전자에서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홈앤드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는 지난해 29조8955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올해는 업황 침체에도 매출 30조원 돌파를 목표로 세울 정도로 1위 수성을 자신하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H&A 부문은 가전 수요 약세에도 매출이 늘면서 영업이익률이 12.5%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가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2% 증가한 4조7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처음으로 앞서기는 했지만 완승을 거뒀다는 분위기는 아니다”며 “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은 넘어야 한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