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세븐틴이 K팝의 중국시장 재개척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세븐틴이 지난 24일 발매한 열 번째 미니앨범 ‘FML’이 중국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이후 중국에서 이뤄진 한한령(한류 제한령)의 해제가 다시 오리무중에 빠졌다. 세븐틴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 양국간 문화교류 재개에 주춧돌을 놓을 수 있는 주역임을 이번 컴백을 통해 확인시켰다.
세븐틴은 ‘FML’ 발매와 함께 K팝의 새 기록을 썼다. 음반 집계 사이트 한터차트에 따르면 ‘FML’은 발매 하루만인 지난 25일 기준 399만 8373장 판매됐다. 전작인 네 번째 정규 앨범 ‘페이스 더 선’(Face the Sun)의 초동인 206만 7769장을 하루 만에 뛰어넘은 기록이다.
또한 세븐틴은 ‘FML’로 방탄소년단이 네 번째 정규 앨범 ‘맵 오브 더 솔 : 7’(MAP OF THE SOUL : 7)로 세운 337만 8633장 선주문량 기록을 넘기며 자체 최고 기록은 물론 역대 K팝 아티스트 초동 1위를 경신했다. 여기에 발매 첫날 앨범 판매량 300만 장을 넘긴 유일한 아티스트로도 이름을 올렸다.
‘FML’은 26일 오전 기준 400만 장 넘게 판매되며 쿼드러플 밀리언셀러라는 수식어까지 추가했다. 초동 마감이 오는 30일까지인 만큼 세븐틴의 최종 판매량은 늘어날 전망이다.
세븐틴의 이번 기록은 중국에서 이끌어낸 반응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크다.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중국 팬들의 공동구매를 통해 달성됐기 때문이다. 중국 팬들의 ‘FML’ 공동구매량은 215만 장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34만 장이었던 ‘페이스 더 선’ 공동구매량을 10개월 만에 6배 이상 경신했다.
한중관계가 좋았던 시절이었다면 K팝 아티스트들이 큰 액수의 개런티를 받고 중국 각지를 돌며 투어 콘서트를 진행했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한중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며 한한령 해제 분위기가 관측됐다. 하지만 현재 한중관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발언’ 이후 중국 측에서 연일 거센 발언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다시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런 가운데 세븐틴은 지난 1월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제37회 골든디스크어워즈’에서 ‘돈키호테’(DON QUIXOTE) 무대를 선보여 중국 팬들의 유입을 부르는 등 한중간 문화교류 재개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영향력을 확인시켰다. 중국 출신 멤버 준, 디에잇이 있어 이미 중국 팬덤을 확보한 데다 ‘페이스 더 선’ 타이틀곡 ‘핫’(HOT)도 중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기에 유튜브 자체 콘텐츠 ‘고잉 세븐틴’으로 타 그룹에서는 볼 수 없던 예능감과 케미스트리를 발산하는가 하면 세븐틴의 자립적 고립 여행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 ‘인더숲 세븐틴편 시즌2’로는 친근함까지 더해 중국 팬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차곡차곡 적립했다.
현재 K팝을 비롯한 K콘텐츠는 경기 침체와 지속적인 이미지 소비가 맞물리면서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한한령으로 막혀 있던 중국은 K콘텐츠에 마지막 남은 글로벌 거대시장으로 꼽혀왔다. 중국에서 K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고 민간에서 문화콘텐츠 교류에 대한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돼 온 만큼 누군가 트리거 역할을 맡아줄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