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캐슬’ 때는 나름 성실한 가장이었죠. 그때는 욕을 좀 덜 먹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좀 더 욕을 먹어보면 어떨까 싶은데, 정말 더 욕을 먹을까봐 걱정도 돼요.(웃음)”
배우 김병철이 JTBC 금토드라마 ‘닥터 차정숙’(극본 정여랑, 연출 김대진)을 통해 ‘SKY 캐슬’보다 얄미운 캐릭터로 돌아왔다. 김병철은 ‘SKY 캐슬’에서 성공을 향한 ‘욕망의 화신’ 같은 모습과 우스꽝스러운 지질함으로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았던 터. ‘닥터 차정숙’에선 여기에 은밀한 외도까지 더욱 밉상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한다. 앞으로 그가 ‘닥터 차정숙’을 통해 ‘SKY 캐슬’ 때를 뛰어넘는 ‘국민 욕받이’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5일 첫 방송된 ‘닥터 차정숙’은 회를 거듭할수록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드라마는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내용으로, 첫 화는 4.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로 시작해 단 4회 만에 10%대를 돌파했다. 이러한 흥행에는 주인공 차정숙 역의 엄정화 뿐 아니라 남편 서인호를 연기한 김병철의 활약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서인호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완벽주의자 의사이지만, 사생활은 그야말로 꽝이다. 가족에게 평생을 헌신한 부인 차정숙에게 참으로 무심하기 짝이 없지만, 병원에서 비밀스러운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첫사랑 최승희(명세빈)에겐 한없이 다정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부인에게 찍소리도 못하고, 자신의 어머니에게도 모든 것을 허락 받는 그야말로 마마보이다.
그 과정에서 김병철은 ‘엄금진’(엄격, 근엄, 진지)과 ‘허당미’를 오가며 ‘밉상’ 캐릭터를 만들어 나간다.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있는 그대로 연기했다”며 “망가지는 연기는 재미있는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라고 귀띔했던 김병철은, 말 그대로 제대로 망가진다. 특히 자신은 바람 피우지만, 부인이 다른 남자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 질투하는 지질한 속내는 시청자들에게 ‘욕하면서 보는 재미’를 가득 안기고 있다.
‘닥터 차정숙’의 김대진 PD는 김병철의 이러한 연기를 ‘마성의 매력’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서인호는 품위도 있어야 하고, 코미디도 있어야 하고, 나쁜 짓도 해야 하는데 차정숙과 최승희에게 사랑도 받아야 했다”라며 “김병철과 만나서 인사하는데 마성의 매력을 가지고 있더라”라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김병철의 이 같은 매력은 첫 주연을 맡았던 ‘SKY 캐슬’에서 이미 드러났던 터다. 김병철은 2003년 영화 ‘황산벌’의 단역으로 데뷔한 뒤 그간 드라마 ‘도깨비’(2016), ‘터널’(2017), ‘군주-가면의 주인’(2017), ‘미스터 선샤인’(2018) 등 다수의 작품에 다양한 캐릭터로 시청자를 만났지만, ‘SKY 캐슬’에서 ‘엄근진’과 ‘허당미’ 오가는 찰떡 같은 캐릭터를 만났다. 자녀들이 계층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서도록 채찍질하는 엄격함을 보이는 동시에, 가끔씩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선보이는 반전 매력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김병철은 ‘닥터 차정숙’에서 ‘SKY 캐슬’보다 자칫 미운털 박히기 쉬운 캐릭터의 면모를 밉지 않게 그려내며 드라마의 코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앞으로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과 부부로서 겪게 되는 갈등 등이 그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엄정화와 함께 만들어낼 ‘20년차 부부’ 케미에 궁금증을 자아낸다. 김대진 PD가 “이들이 정말 같이 사는 사람처럼 잘하더라”라고 엄지를 치켜세운 만큼, 김병철이 보여줄 활약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