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LG 트윈스의 팀 도루성공률 60%가 무너졌다. 경기 전 60.9%로 아슬아슬하게 60% 선을 넘겼지만,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두 번 시도한 도루가 모두 잡혔다. 3일 기준 도루성공률이 리그 평균(69.5%)보다 10.4%포인트(p) 낮은 최하위. 도루 시도(66회)와 성공(39회)이 1위지만 실패(27회)까지 압도적으로 많다. 불명예스러운 '역대급' 페이스다.
LG의 '뛰는 야구'는 일찌감치 예고됐다. 시범경기에선 무려 50번의 도루를 시도했다. 이 부문 2위 KT 위즈(17회)보다 3배가량 많았다. 경기당 평균 3.57회. 도루성공률은 64%였다. 개막을 앞둔 시점이라 몸을 사릴 수 있지만 그 반대였다. 염경엽 LG 감독은 "(우리가 뛰면 상대 팀이) 준비해야 할 거 아닌가"라며 "도루로 1점을 더 뽑으면 불펜에 엄청난 여유를 줄 수 있다. 그만큼 투수 운영이 (여유 있게) 바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린 모든 선수가 (자율적으로 도루할 수 있는) 그린라이트"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야구계에서는 도루의 손익 분기점을 성공률 70~75%로 본다. 실패 시 기대 득점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무턱대고 시도하기 어렵다. 세이버메트릭스 전문가 빌 제임스는 "성공률이 70% 이하면 도루를 시도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반면 염경엽 감독의 기준점은 약간 낮다. 염 감독은 상대에 주는 대미지, 타자에게 주는 도움, 수비에 주는 압박을 모두 고려해 "65%만 나와도 성공"이라고 말한다. LG는 지난달 20일까지 도루성공률이 64.7%였다. 리그 평균보다 낮아도 LG는 계획대로 움직인다는 시그널을 보여주는 게 가능했다. 그런데 최근 급격하게 실패가 누적됐다. 4월 25일부터 3일까지 8경기 도루성공률이 45.5%에 불과하다. 빨간불이 켜졌다.
시즌 초반에는 LG의 '뛰는 야구'가 통했다. 도루로 찬스를 연결하고 상대 배터리를 압박하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전략이 너무 많이 노출됐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움이 무뎌졌다. 이제 LG를 만나는 팀은 경기 중 수십 개의 견제구를 던진다. 그 탓에 LG의 경기 시간이 리그에서 가장 길다. 4월 한 달 LG는 경기당 평균 소요 시간이 9이닝 기준 3시간 23분(평균 3시간 12분), 연장을 포함하면 3시간 28분(3시간 18분)으로 모두 1위였다.
견제가 집중되면서 도루 실패와 견제사가 쌓였다. 이를 바라보는 팬들의 비판도 늘었다. 감독이 설정한 65%라는 마지노선이 깨지면서 전략의 효율성이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팀이나 감독 모두 부담이다.
그렇다면 전략을 수정할까. 염경엽 감독은 5월 첫 경기인 2일 NC전을 앞두고 "(도루와 관련한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게) 나름대로 재미도 있지 않나. 기사에 찬반도 있고, 이게 야구라고 생각한다"며 "내 입장에서 그런 의견(반대)을 들으면 고민하게 되고 다른 팀도 이걸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난 치고받고 이기고 지는 게 야구가 아니라 그 안에 스토리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간 밖에서 야구를 봤을 때 그런 스토리가 너무 없었다"고 말했다. 일종의 '정면 돌파' 예고였다.
불과 몇 분 뒤 열린 경기에서 LG 선수들은 도루 실패와 견제사를 반복했다. 5-3으로 승리했지만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이 경기를 중계한 류지현 전 LG 감독은 "이기는 과정도 너무 안 좋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