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55) 안양 KGC 감독은 부상으로 뛸 수 없는 양희종(39)의 엔트리 포함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5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챔프전) 6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다. 김 감독은 “(선수로서) 마지막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미팅할 때 등 선수들한테는 양희종에 벤치에 있고 없고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양희종이 벤치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 양희종은 지난 5차전에서 당한 어깨 부상에도 이날 벤치에 앉았다. 김 감독에 따르면 어깨를 못 움직일 정도의 큰 부상이라 남은 경기 출전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양희종은 경기에 뛰지 못하더라도 벤치에서라도 선수들을 이끄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자처했다. 김상식 감독도 “(양)희종이가 벤치에서 선수들을 다독거려 주면 우리한테도 좋을 것 같다. 경기적인 건 아니더라도 다른 부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엔트리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양희종은 경기 내내 벤치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작전타임이 될 때마다 코트 밖에서 보이는 부분들을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또 최선을 다해 뛰는 후배들을 격려했다. 주장인 양희종이 벤치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KGC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됐다.
이날 KGC가 크게 흔들리던 3쿼터 분위기를 잡아준 것도 양희종이었다. KGC는 전반을 팽팽하게 맞서고도 3쿼터에 집중력이 크게 떨어지며 한때 15점 차 열세에 몰렸다. 한 경기만 더 지면 그대로 우승이 좌절되는 벼랑 끝 상황. 양희종이 흔들리던 선수들을 잡아줬다는 게 경기 후 KGC 선수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결국 KGC는 4쿼터에서 대반격에 나섰고, 15점 차 열세를 극복하는 대역전극을 펼쳤다.
경기 후 오세근은 “경기가 잘 안 풀리면 문제가 발생한다. 선수들끼리 서로를 탓하는 등 안 좋은 부분들이 있었다. 그런 걸 벤치에 있던 (양)희종이 형이 잡아줬다. 덕분에 저도 선수들에게 얘기하면서 집중하자고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변준형 역시 “타임아웃이 됐을 때 안 되는 부분들의 중심을 잡아준다. 잘 안 될 때도 격려를 해준다”며 ‘양희종 효과’를 전했다.
덕분에 KGC는 벼랑 끝에서 벗어나 챔프전을 마지막 7차전으로 끌고 갔다. 경기 후 양희종은 4쿼터 대역전승의 중심에 섰던 변준형을 꼭 안아줬다. KGC는 7일 오후 6시 안양실내체육관에서 SK와 대망의 7차전을 치른다. 프로농구 챔프전이 7차전까지 이어지는 건 무려 14년 만의 일이다. 양희종은 7차전 역시 코트 대신 벤치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선수 신분으로 치르는 마지막 경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