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시즌 개막을 앞두고 양상문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예상 순위 전망에 난색을 표했다. 이유 중 한 가지는 새 외국인 투수들의 기량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것. 직접 전훈지를 돌고 눈으로 확인한 소회였다.
개막 한 달 만에 야구팬의 시선을 사로잡은 새 얼굴이 많다. 일단 선발 투수 중엔 SSG 랜더스 커크 맥카티와 NC 다이노스 새 에이스 에릭 페디가 꼽힌다.
페디는 등판한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47을 기록했다. 규정이닝을 채운 10개 구단 선발 투수 중 가장 낮은 기록이다. 1위.
지난 시즌 롯데 자이언츠 좌완 앤디 반즈가 0.65를 기록(3~4월 기준)하며 성공을 예고했다. 올 시즌은 4경기에서 7점(7.58) 대 평균자책점에 그치며 부진했지만, 지난 시즌 전반기는 리그 최고의 투수였다.
페디는 기교파인 반즈와 다르다. 구위도 좋고, 변화구도 현란하다. 이미 같은 투수들 사이에서 그의 주 무기 스위퍼가 화제가 됐다. 메이저리거 오타니 쇼헤이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팀 동료이자 메이저리그(MLB) 최고의 강타자 마이크 트라웃을 삼진 잡을 때 결정구로 던져 화제가 된 공이다. 기존 슬라이더보다 대각선으로 떨어지는 각도가 크다. 마치 홈플레이트를 빗자루처럼 쓸고 지나간다고 해서 붙은 구종 명칭이다. 페디는 현재 KBO리그에서 이 스위퍼를 가장 잘 구사하는 투수로 인정받고 있다. 2
올 시즌 2점 이상 내준 등판도 없다. LG 트윈스•KT 위즈 등 5일 기준 팀 타율 1•2위 팀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NC팬들은 페디가 팀 창단 최고 외국인 투수였던 에릭 해커처럼 돼주길 바란다.
SSG 맥카티도 복덩이다. 6경기에 등판한 그는 3승 1패•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했다. 4월 2일 KIA 타이거즈와의 개막 2연전 2차전이자 자신의 KBO리그 데뷔전에서는 3과 3분의 1이닝 동안 10피안타 8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이후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프로필상 신장(173㎝)은 작은 편이지만 수직 무브먼트가 좋고, 모든 변화구가 결정구로 통할 만큼 다채로운 승부 레퍼토리를 가진 투수다. 무엇보다 한국 생활에 만족하고, KBO리그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다.
KIA 숀 앤더슨도 있다. 등판한 6경기에서 3승 2패•평균자책점 2.58을 기록했다. 4월 18일 롯데전을 제외하면 4점 이상 내준 등판이 없다. 구위가 압도적인 투수는 아니지만, 공격적인 성향이 짙어 상대 타자를 제압한다. 지난 29일 LG 트윈스전에서는 팀 연승이자 3연전 위닝 시리즈를 이끄는 112구 혼신의 투구로 박수 받았다.
키움 히어로즈 아리엘 후라도도 등판한 6경기에서 3승 3패•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하며 KBO리그에 안착했다. 그동안 ‘터줏대감’ 에릭 요시키와 짝을 이루는 외국인 투수의 무게감이 떨어져 고민이었지만, 후라도가 이를 지웠다. 키움이 모처럼 고액(100만 달러)를 투자한 효과를 보고 있다. 아직 한 번도 4자책점 이상 기록하지 않았을 만큼 안정감이 있다.
반면 KIA 아도니스 메디나, KT 보 슐서는 기복이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타구에 머리를 맞고 재활 치료를 받은 뒤 4일 한화전에서 늦은 데뷔전을 치른 두산 딜런 파일은 4이닝 5실점으로 고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