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BO리그가 역대급으로 다채로운 신인왕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화제성도 만점이다.
지난 시즌(2022) 개막 첫 달(3~4월)은 신인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제2의 이종범’으로 기대받고 시범경기에서도 타율 1위에 올랐던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도영은 주전 3루수로 22경기에 나섰지만, 타율 0.179에 그치며 자리를 류지혁에게 내줬다. 그와 함께 연고 지역(광주) 최고 유망주로 평가 받던 투수 문동주(한화 이글스)는 부상 탓에 5월 10일에야 데뷔전을 치렀다. 순수 신인들이 빛나지 못한 자리에 중고 신인들이 등장했고, 두산 베어스 셋업맨 정철원이 수상자가 됐다.
올 시즌은 일단 야구팬의 시선을 사로잡은 신인 선수가 많다. 대표 선수는 한화 김서현(19)이다. 지난해 9월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투수다. 실전과 멘털 관리 차원에서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해지만, 지난달 19일 두산전에서 구원 등판, 1이닝 동안 삼진 2개를 잡아내며 임무를 다했다. 시속 157~9㎞/h 강속구를 뿌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야수 실책 탓에 실점하고, 강속구가 피홈런으로 이어지는 등 고전하기도 했지만, 김서현의 투구는 큰 관심을 받았다. 5일 기준으로 6경기에서 7이닝을 소화하며 3자책점을 기록했다.
3~4월 1위에 오른 롯데 자이언츠에도 신형 엔진이 있다. 김민석(19)이 그 주인공이다. 현재 리그 넘버원 타자 이정후와 같은 휘문고 출신으로 탁월한 콘택트 능력과 변화구 대처력을 인정받으며 ‘제2의 이정후’로 기대받고 있다.
김민석은 올 시즌 출전한 21경기에서 타율 0.246을 기록했다. 숫자보다는 타석에서의 자세를 주목하는 팬들이 많다. 롯데가 9연승을 거둔 2일 KIA전에서는 데뷔 첫 3안타(한 경기 기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부상으로 재활 치료 중인 황성빈을 대신해 리드오프 역할을 해내고 있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배출한 신인왕은 염종석(현 동의과학대 감독)이다. 31년 전인 1992년이다. 김민석이 그 계보를 이어줄 선수로 기대받고 있다.
김서현에 이어 전체 2순위로 KIA에 지명된 윤영철(19)도 프로 무대에 적응했다. 시범경기 첫 등판부터 이정후가 있는 키움 타선을 상대로 삼진 7개를 잡아내며 주목받은 그는 당당히 5선발을 꿰차며, 2년 전(2021년) 신인왕에 오른 이의리와 비슷한 행보를 보여줬다. 지난달 15일 키움과의 공식 데뷔전에선 3과 3분의 2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지만, 27일 NC 다이노스전에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3일 롯데전에선 상대 10연승 도전에 제동을 거는 호투(5이닝 1실점)로 데뷔승을 거뒀다.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제구력과 디셉션(투구 시 공을 숨기는 동작)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LG 트윈스 옆구리 투수 박명근(19)도 존재감이 있다. 그는 등판한 13경기에서 1승·2홀드·1세이브,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시속 150㎞/h 강속구에 공의 궤적과 움직임 모두 타자에게 위압감을 준다. 그동안 LG가 젊은 투수를 불펜 주축으로 키운 전력이 많은 점도 신인왕 레이스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시점에 순수 신인 3인방보다 신인왕 레이스에서 조금 더 앞선 선수는 문동주(20·한화)다. 2022시즌 28과 3분의 2이닝 밖에 소화하지 않으며 신인왕 조건(입단 5년 이내·30이닝 이하 소화)을 만족했다. 올 시즌 스프링캠프부터 도약을 예고한 그는 지난달 12일 KIA전 1회 말 박찬호와의 승부에서 시속 160.1㎞/h 포심 패스트볼(직구)를 뿌려, 역대 국내 투수 최고 구속을 신기록을 경신했다. 150㎞/h 대 후반 묵직한 강속구에 변화구 제구력도 한결 정교해졌다. 올 시즌 등판한 4경기 모두 5이닝 이상 소화했고, 5점 이상 내주지 않았다. 전적은 1승 2패 평균자책점 4.30이다.
중고 신인 중에는 NC 투수 이용준(21)도 다부진 투구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2021년 2차 드래프트 2라운더 유망주로 올 시즌 등판한 6경기에서 23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1.14를 기록했다. 개막 전 이탈한 외국인 투수(테일러 와이드너)의 자리를 메우며 기존 국내 선발 투수들의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KIA 2년 차 구원 투수 최지민(20)도 빼놓을 수 없다. 2022시즌 140㎞/h 대 초반에 그쳤던 빠른 공 구속이 150㎞/h까지 올라왔다. 5일 기준으로 등판한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22를 기록했다. 데뷔 첫 홀드도 기록했다. 셋업맨 자리를 맡고 꾸준히 홀드를 쌓으면 경쟁력이 생긴다. 2019년 신인왕 정우영(LG 트윈스) 2022년 신인왕 정철원(두산)은 셋업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