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라울 알칸타라(31)의 호투에 힘입어 최근 3연패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두산은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5-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최근 3연패에서 탈출한 두산은 정규시즌 14승 14패 1무로 5할 승률에 복귀했다. 반면 9연승이 끝난 후 지난주 4연속 우천취소를 겪은 롯데는 이날 패배로 시즌 10패(15승)를 기록했다.
이날 양 팀의 선발 투수는 3년 전 KBO리그를 지배했던 외인 에이스들이었다. 롯데 선발 댄 스트레일리는 당시 15승 4패 평균자책점 2.50 205탈삼진을, 두산 선발 알칸타라는 20승 2패 평균자책점 2.54 182탈삼진으로 호투했다. 당시 골든글러브, 최동원상 등 주요 수상은 알칸타라가 가져갔으나 두 사람의 기량은 자웅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스트레일리는 이듬해 부진을 겪은 후 미국으로 돌아갔으나 지난해 대체 외인으로 KBO리그에 복귀해 11경기 평균자책점 2.31로 부활했고 재계약에도 성공했다.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스로 이적했던 알칸타라는 계약을 마치고 올 시즌 두산으로 돌아왔다.
9일 경기 전까지 두 사람의 성적은 희비가 갈렸다. 알칸타라는 2020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6경기 3승 2패 평균자책점 1.80으로 두산 마운드를 이끌었다. 반면 스트레일리는 5경기 2패 평균자책점 5.82에 그쳤다. 퀄리티 스타트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9일 경기만큼은 달랐다. 스트레일리가 2020년을 연상하게 하는 호투를 펼쳤고, 알칸타라도 당시와 다름 없던 현재 기량을 이어갔다. 오히려 페이스가 좋았던 알칸타라가 선취점을 내줬다. 롯데는 1회 초 안권수의 안타와 고승민의 진루타, 잭 렉스의 적시타로 득점을 기록했다.
두산은 한 방으로 반격했다. 두산 주장 허경민은 2회 초 2사 상황에서 스트레일리가 던진 직구를 공략,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솔로포를 기록했다. 홈런 전까지 5타석 연속 범타를 기록하던 스트레일리의 기세를 끊을 만한 타구였다.
그러나 스트레일리도 노련함으로 버텼다. 실점 후 추가 안타를 내줬던 스트레일리는 추가 실점 없이 2회를 마쳤다. 3회와 4회 각각 멀티 출루를 허용했으나 적절히 삼진과 범타를 유도하며 추가 실점을 1점으로 끝냈다. 힘으로 두산 타선을 압도하진 못했으나 예리한 제구로 두산 타선을 얼어붙게 하는 루킹 삼진을 만들어냈다.
스트레일리가 노련했다면 알칸타라는 롯데를 압도했다. 1회 실점 후 알칸타라는 더 공격적인 투구로 빠르게 이닝을 소화했다. 2회부터 4회까지 그 어떤 롯데 타자도 1루 베이스를 밟지 못했다. 3이닝 동안 투구 수도 28구에 불과했다.
2-1 살얼음판 두산의 리드는 7회 초 깨졌다. 두산은 스트레일리가 내려간 후 단단했던 롯데 불펜을 상대로 추가점을 만들었다. 1사 후 이유찬이 2루타로 포문을 열었고, 리드오프 정수빈이 적시타로 추가점을 만들었다. 기세를 탄 두산은 김재환이 2사 후 안타를 더했고, 양의지가 이닝 세 번째 투수 신정락에게 대형 2루타를 쳐 4-1까지 리드를 벌렸다. 두산은 8회 박계범의 땅볼로 이날 승리를 굳혔다. 롯데는 8회 말 신인 김민석이 적시타로 한 점을 추격했으나 흐름을 그 이상 잇지 못했다.
에이스 매치를 펼친 알칸타라는 7이닝 3피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4승을 거뒀다. 맞상대 스트레일리는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에도 시즌 3패를 안았다.
두산 타선에서는 허경민이 4타수 3안타(1홈런) 1타점 1득점 맹타를 쳤고, 몰아치기에 능한 외야수 양찬열도 4타수 3안타 1득점으로 허경민 뒤를 받쳤다. 9번 타자 이유찬도 4타수 2안타 2득점으로 하위 타선 의 복병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롯데는 렉스가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지만, 알칸타라 호투에 기세를 내주며 4연속 우천 취소 후 첫 경기에서 아쉬움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