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27·나폴리)와 이강인(22·마요르카)이 연일 유럽 빅클럽 이적설 주인공이 되고 있다. 2022~23시즌이 끝나기도 전이지만, 벌써 구체적인 차기 행선지가 언급되고 있다.
특히 김민재의 행보가 놀랍다. 지난해 7월 나폴리 입단 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내로라하는 명문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리버풀 등이 김민재를 주시하고 있다. 모두 EPL, 유럽대항전 등 여러 대회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이다.
맨유가 가장 적극적이다. 수비 구멍인 해리 매과이어와 결별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스포츠 전문지 코리에레 델로 스포르트는 “나폴리에 김민재 경보가 울렸다. 맨유가 김민재를 영입하기 위해 6000만 유로(872억원)를 준비했다”고 지난 7일(한국시간) 보도했다. 맨유가 준비한 금액은 나폴리가 김민재와 계약 당시 설정한 바이아웃(이적 허용 이적료)으로 알려진 4000만 파운드(667억원)를 상회한다.
9일 영국 맨체스터이브닝뉴스 등 다수 매체도 맨유가 김민재를 품기 위해 ‘웃돈’도 낼 의사가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맨시티 등 경쟁팀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오는 7월 1~15일 사이 바이아웃 조항이 발동된다. 이에 맞는 이적료만 제시하면, 해당팀은 김민재와 자유로이 협상 테이블을 꾸릴 수 있다. 나폴리와 계약이 2년 남았는데도 타 구단의 구애가 쏟아지는 배경이다.
인기 비결은 역시 ‘기량’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탈리아 세리에 A에 입성한 김민재는 고작 1년간 페네르바체(튀르키예)에서 뛴 게 유럽 생활의 전부였다. 이전까지는 전북 현대, 베이징 궈안(중국) 등 아시아 무대에서만 활약했다. 김민재의 실력을 잘 아는 국내 축구계도 1년 만에 ‘큰물’로 향한 것에 적지 않은 우려의 시선을 보낸 이유였다.
기우였다. 김민재는 곧장 특유의 터프한 수비와 안정적인 빌드업, 전진 능력을 뽐내며 나폴리 후방의 지휘자로 거듭났다. 첫 시즌 초반인 지난해 9월, 아시아 선수 최초 세리에 A 이달의 선수로 뽑혔다. 연일 새 역사를 썼다. 나폴리의 33년 만의 리그 제패에 기여, 세리에 A 트로피를 들어 올린 최초의 한국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주가는 치솟았다. 나폴리가 김민재를 영입할 당시 1805만 유로(262억원)를 썼는데, 이제는 다수 구단이 세 배 이상의 금액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 축구선수 시장 가치를 평가하는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김민재의 추정 이적료는 5000만 유로(726억원)다. 페네르바체에서 활약하던 지난해 1월에는 몸값이 1400만 유로(203억원)로 평가됐는데, 1년 4개월 사이 3배 넘게 뛴 것이다. 몸값이 6000만 유로(870억원)로 매겨진 손흥민(토트넘)과도 격차가 눈에 띄게 줄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를 장악하고 있는 이강인도 복수 팀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라리가 명문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와 손흥민의 소속팀인 토트넘이 그를 주시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두 팀 모두 이강인을 품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모양새다.
2020~21시즌 라리가 우승팀인 AT 마드리드는 오는 여름 이적시장 영입 1순위로 이강인을 점찍었다고 알려졌다. 아틀레티코는 지난 1월에도 한 차례 영입을 시도했지만, 마요르카가 거절한 탓에 품지 못했다. 9일 스페인 매체 피차헤스에 따르면 디에고 시메오네 AT 마드리드 감독은 선수 셋 영입을 이사회에 직접 요청했고, 그중 하나가 이강인이다.
토트넘은 크리스티안 에릭센(맨유)이 2020년 1월 팀을 떠난 후 창의적인 미드필더가 없었다. 2선에서 공격을 조립할 선수가 필요한 실정이다.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이강인을 품고 싶어 한다는 보도가 지난 8일 영국에서 나왔다. 이후 현지에서는 두 팀 간 영입 경쟁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강인도 올 시즌 뜨거운 활약을 펼쳤다. 2018~19시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소속팀 주전을 꿰찼고, 라리가 32경기에 출전해 6골 4도움을 기록했다. 날카로운 킥, 빼어난 탈압박 능력 등을 앞세운 그는 시즌 내내 마요르카 에이스 면모를 뽐냈다. 라리가 올해의 팀 후보에 오르며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