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 뒷부분에 리셋 사례로 롯데 나균안 선수 이야기를 말씀드렸습니다. 글이 나간 뒤 그는 4월27일 기준, 다승 공동 1위 (4승)에 오릅니다.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은 포지션 변경의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의 이름까지 바꿀 정도로 절실했던 나 선수. 이제 팀의 에이스 대접을 받으며 새로운 야구 인생을 열고 있습니다.
과정은 고되고 어려운 길이었을 겁니다. 단시간에 확 바뀌지도 않고, 바꿀 수도 없는 프로 레벨의 높은 벽을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았을 테니까요. 포지션 변경 당시 그를 잘 아는 지인은 "포수로서 미련을 못버리는 것 같다"고 저에게 귀띔하기도 했습니다. 원하는 결과가 곧장 나오지 않기에 방황하던 때가 있었을 겁니다. 한국 프로야구도 시스템이 많이 개선돼 다른 팀 2군 선수의 트래킹 데이터를 쉽게 찾아 보는데 당시 나균안의 데이터는 그저 그런 상태였습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죠. 그렇지만 측정된 현상의 이면까지 보여주진 못합니다. 혼란스런 마음 속에 꿈틀거리며 끓어오르는 그의 진심까지 숫자가 담아낼 순 없나 봅니다.
리셋 버튼을 눌렀다고 끝이 아닙니다. 처음 다짐과 달리, 지속하지 못해 후회하고 포기하기까지 합니다. 의지의 문제일 때도 있고, 외부의 돌발상황에 부딪힐 때도 있습니다. 오늘은 일단 자신에게 초점을 맞춰 보겠습니다. 깊이 숨겨진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것에 말입니다. 그렇지 않고 진로를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요? 문제해결 방법만 시도한다면 변화의 노력이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다양한 선택의 상황은 시선을 자극하며 진로를 이탈시킵니다. 자신만의 진짜 목적을 찾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 가장 유명하고 강력한 질문 중 하나는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입니다. 목적을 발견하는 것은 스포츠 선수의 리셋, 일반인의 자기 인식에만 필요하지 않습니다. 기업과 조직에서도 목적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제품을 만들고, 어떻게 서비스하고, 차별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만 정작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근원적인 이유와 가치, 방향성을 연결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설적인 애플의 1984년 슈퍼보울 광고는 맥킨토시라는 제품 광고가 아닌, 애플이 다르게 생각하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가치 선언이었기에 어떤 경쟁자보다 차별화에 성공합니다.
경영 전략에서는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기업의 사명과 비전, 나아가 브랜딩의 방법을 정렬해 주는 기초 작업으로 목적부터 제대로 찾으라고 가르칩니다. 리더십 전문가 사이먼 사이넥 (Simon Sinek)이 던지는 이 질문과 관련된 TED 강연 (제목: 위대한 리더는 어떻게 행동을 이끄는가, how great leaders inspire action)을 추천합니다. 조회수가 6180만 뷰 입니다.
미국 야구선수 에릭 테임즈는 2014년 한국에서 새 출발합니다. 그는 한국에서 1루수라는 큰 도전에 직면합니다. 외야수를 주로 봤던 그입니다. 내야수에서 외야수로는 바뀌어도 그 반대 경우는 빠른 타구처리 등의 이유로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오히려 그것이 자신의 성공, 도전의 욕구를 자극하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그는 말합니다. 첨부한 사진은 제가 2014년 2월14일 대만의 도류 야구장에서 찍었습니다. 그의 데뷔 시즌에 앞서 열린 전지훈련 때입니다. 점심식사 직후 라커룸에서 멀리 떨어진 복도에서 혼자 벽에다 공을 던져 숏 바운드 훈련을 하는 장면입니다.
외국인 선수가 한국 무대에 왔을 때 자기 방식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존심, 우월의식일 수도 있고, 변화에 대한 불안일 수도 있습니다. 테임즈는 팀에서 내부 포지션 정리를 위해 그에게 1루수 훈련을 요구하자 흔쾌히 받아들입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잘 아는 그대로입니다. 내야 수비가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로서 자신의 가치를 키운 그는 빅리그로 금의환향합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나요?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AC)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