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또는 음악을 듣다가 문득 궁금한 게 생기는 순간이 있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때로는 작품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콘텐트 속 궁금증을 모두 풀어드리겠습니다.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과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3’의 인기가 뜨겁다. 덩달아 의학 드라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의학 소재는 작품에 어떻게 담기는지 알아봤다.
의학 드라마는 원조격인 ‘허준’(1999)을 시작으로 ‘하얀거탑’(2007), ‘외과의사 봉달희’(2007),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그리고 최근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 ‘닥터 차정숙’까지 다양한 변주를 거쳐 시청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들 드라마 속에서 의학 지식은 ‘낭만닥터 김사부’처럼 서사 전체를 책임지기도 하고, ‘닥터 차정숙’처럼 전체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 중 일부분으로 쓰이기도 한다.
소재의 비중을 막론하고 의학 내용이 작품에 담기면 의사들의 자문은 필수로 거치는 과정이다. 자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대사에 등장하는 전문용어와 의학 지식에 대해 검토를 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술 장면 등 촬영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는 것이다. ‘하얀거탑’처럼 의학 지식이 주요 소재일 경우 제작진은 작품에 등장하는 과(科)별로 자문을 구하고, ‘닥터 차정숙’처럼 의학이 서사의 일부분일 경우엔 총괄 담당자의 자문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자문을 해주는 의사들을 찾는 게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아무래도 의사들이 생업이 있다 보니 별도의 시간을 내서 자문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라 자문 의사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며 “기존 다른 작품들에서 자문을 해준 의사들이나, 수소문해 알게 된 의사들에게 먼저 연락해 자문 역할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의사들의 자문은 드라마의 사실성을 높이고 전개 과정에서 설들력을 뒷받침해준다. 극중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의사들의 업무 과정, 업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 등은 생소함과 동시에 호기심을 자아낸다. 최근에는 정신의학과, 통증의학과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의학 분야를 다룬다든가 멜로, 스릴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해 신선함을 높이고 차별화된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다만 생소한 의학 내용을 작품에 녹이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최근 ‘닥터 차정숙’도 의학 관련 내용을 대사에 담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어났다. 크론병을 “못된 병”, “유전된다”라고 표현해 해당 질환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크론병의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터라 사실관계를 잘못 전달헀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를 두고 일부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선 서사의 맥락이 무시된 채 표현 자체만으로 비난을 가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만큼 드라마에서 의학 소재를 다루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다른 드라마 관계자는 “자문 의사들이 실제 대본에 참여하는 정도는 작품마다, 의사마다 다르다”며 “의학 드라마는 허구적 이야기와 맞물리는 과정에서 자칫 의도치 않은 문제들이 불거지기 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