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은 지난 10일 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내용 노출을 당부까지 하면서 박찬호를 비판했다. 그는 “너무 싫어한다. 이제 나는 일반이니까 얘기할 수 있다”라고 했다. 야구팬으로부터 코리안 특급이라는 애칭을 가장 먼저 얻은 선수라고 강조한 뒤 “전 국민이 새벽에 일어나 그분(박찬호)을 응원했던 (야구팬) 마음에 대한 감사함을 모르는 것 같다”라고 일갈했다.
오재원은 박찬호가 국제 대회 중계 해설위원으로 나섰을 때 특정 선수의 행동이나 퍼포먼스를 짚으며 했던 말들을 문제 삼았다. 그는 “(박찬호가) 해설을 하면서 바보로 만든 선수가 한두 명이 아니다. 그것에 대해 책임을 져본 적이 없다"라고 했다.
박찬호이 방송에서 전한 생각에 곤란해진 선수가 없는 건 아니다.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껌은 씹는 모습이 중계에 잡힌 강백호가 그랬다. 당시 박찬호가 “저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강백호를 향한 비난이 더 거세진 건 맞다. 하지만 다른 사례가 있는지 바로 떠올리지 못하는 야구팬이 많다. 오재원 자신의 사연으로 보는 시선이 더 많다.
오재원은 현재 스포티비 해설위원 활동 중이다. 목소리 톤, 상황 설명 등 그의 실력에 호평이 꽤 많았다.
오재원은 같은 인터뷰에서 해설위원의 자세에 대한 소신도 전했다. 그는 “해설은 (해당 구단 소속 인원이 아닌) 삼자를 위해 하는 것이다. 청취자들에게 정확한 상황을 전달하는 게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해설위원도) ‘저 수비가 아쉬웠다’, ‘저 타격이 아쉬웠다’ 이런 말을 너무 쉽게 한다”라고 했다. 해설위원이 상황에 대해 ‘제가 봤을 때는’이라는 전제로 사견을 전하는 걸 오재원은 무책임한 행동으로 규정하며 선수가 비판을 받고, 안 좋은 이미지가 쌓이는 상황에 분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책임한 말들의 향연’이라는 표현과 함께 말이다. 박찬호를 향한 비난도 해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연장선이었다. 비단 ‘박찬호 해설위원’ 한 명의 발언만 물고 늘어진 건 아니다.
오재원은 얼마 전까지 현장에서 선수로 뛰었다. 박찬호의 말에 상처를 받은 선수의 심경을 직접 듣고 이에 대해 비판한 것일 수도 있다. 그는 “아닌 걸 아니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라고 했다. 해설위원의 발언이 현장 선수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총대를 메고 박찬호를 저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축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뒤 현장 실무자(당시 대한축구협회 전무)였던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과 한국 축구 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한 해설위원들의 발언을 문제 삼은 적 있다. 안정환·이영표·박지성 위원을 향해 독설을 했다. 이들 모두 2002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주역들이었다.
선·후배 사이지만 각자 입장이 있다. 박찬호의 해설에 대한 오재원의 시선도 ‘맞다 그르다’라는 것을 가리긴 어려워 보인다. 오재원은 선수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하고 있다.
메시지를 포장하는 방식은 논란을 자초한 것 같다. ‘박찬호가 야구팬에 감사하는 마음을 모르는 것 같다’는 오재원의 말은 비약이 너무 심하다. 맥락이 없다.
국내 특정 선수를 향해 쓴소리를 하는 게 야구팬을 향한 박찬호의 감정과 이어지는 근거가 불분명하다. 선수를 향한 비난이 궁극엔 프로야구 흥행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할 것일까. 그 시절 빅리거 박찬호를 중계방송을 통해 응원한 이들 중엔 현재 야구 선수가 된 이들도 있으니, 그들을 비난하는 건 도리가 아니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은 것일까.
메이저리거 시절에도 국제대회에 빠지지 않고 출전하고,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으며 눈물까지 보인 박찬호다. 야구팬이 보내준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볼 수 있다. 중계석에서의 멘트 수위에 대해 의견이 나뉠 순 있지만, 그것도 박찬호의 야구 사랑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코리안 특급을 싫어한다’ ‘박찬호가 야구팬을 기만했다’라는 식의 말은 오재원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모호하게 만들었다. 해설위원들이 중계할 때 발언 수위를 두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전하려 한 게 아닐까. 하지만 결국 남은 건 ‘나는 박찬호가 싫다. 야구팬에 대한 감사함을 모른다’라는 말뿐이다. ‘누구도 하지 못한 박찬호 비난을 나는 할 수 있다’라고 보여주고 싶은 것 같다. 국가대표팀 후배들을 비난한 박찬호를 오재원도 비난으니 앞뒤도 맞지 않다.
최근 오재원은 심판 공 판정에 분개하며 두 차례나 배트를 지면에 내리찍어 부러뜨린 LG 트윈스 내야수 오지환에 대해 ‘이해한다’는 뉘앙스로 전했다. 사견이다. 특정 장면을 보며 지나치게 많은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외야수 포구 실책을 보고, 너무 길게 웃거나 홈스틸을 보며 설명 대신 감탄만 하기도 했다. 해설을 듣는 건 선수가 아닌 시청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