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이 최근 잇따라 경찰 소환 일정을 당일 변경해 구설에 올랐다. 프로포폴 과다 처방 의혹이 불거진 이후 해외 출국을 해 신체 압수수색까지 당한 그지만, 1차 소환조사에 이어 2차 소환조사까지 당일 출석을 미뤘다.
변호인 측은 ‘비공개 수사’ 원칙을 들어 유아인의 2차 소환일 일정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대로 경찰 수사 사건은 인권 및 수사내용 보호를 위해 비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사 과정을 공개할 수 있는 4개의 예외 사유가 있지만 유아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에게도 ‘비공개 수사’를 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비연예인도 경찰 수사를 받는 도중 출석일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출석일 조정은 수사관의 재량에 따른 것이어서 회사를 가야 한다든지 집안에 일이 있다든지 하는 이유로 여러 차례 출석 일정을 조정하기도 한다는 게 경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한 경찰 관계자는 기자에게 “보통의 경우 당일에 몇 번이나 출석을 미룬다면 체포영장을 청구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아인의 행보가 이례적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아마 유아인도 출석을 여러 차례 미룬다는 것이 향후 재판과정 등에 불리할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에게는 각종 마약 사건을 해결했던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있지 않나. 유아인 측은 2차 소환조사를 미뤘던 당일 ‘비공개 수사’를 위해 출석하지 않은 점을 강조하며 “유아인은 경찰의 출석 요청에 응하여 성실히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문을 배포했다.
다만 입장문에 있는 ‘성실’이란 표현은 눈길을 끈다. 마치 취재진에게 노출되지 않는 출석 경로까지 경찰이 마련해줬어야 한다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경위는 알 수 없으나 경찰과 변호인 간의 추가적인 협의과정 조차 실시간으로 기사화됐다”는 게 유아인 측의 말이다. 경찰이 유아인의 출석 일정을 의도적을 흘렸을 리 없을 텐데도 마치 경찰이 비공개 수사 원칙을 깨트렸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성실함이란 출석 당일 연이어 조사를 미루는 것보다 약속된 날짜에 경찰서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노력에 더 가깝지 않을까. 보통 소환조사 현장의 취재는 몇 분이 채 걸리지 않는 점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의 행보는 안타깝다.
유아인 측은 “단지 취재진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하는 것처럼 왜곡된 기사가 보도되고 있다”고 강조하며 불만을 토로했지만, ‘비공개 수사’ 원칙을 강조하는 이유에는 현장에 모였던 취재진이 있었으리란 건 합리적 추측이다. 유아인이 스스로 변호사를 통해 공개한 ‘성실한 수사’를 앞으로 어떻게 받아나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