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대형 유통 업체를 사칭한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싼값에 물건을 판매한다고 속이고 소비자를 '피싱'하는 온라인몰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그러나 '롯데온'이나 'SSG닷컴'처럼 대기업 쇼핑몰을 사칭하는 사례는 흔치 않았다. 업계는 이 같은 현상이 대표적인 불황형 피싱이라고 보고, 소비자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3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냉장고를 사기 위해 포털사이트를 서칭하다가 LG전자의 냉장고를 113만원대에 파는 사이트를 찾았다. 온라인 최저가를 밑도는 수준이었다. A 씨는 롯데그룹 계열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이라는 사이트 로고 등을 보고 신뢰를 갖고 제품 구매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A 씨는 결제 전 아내가 "가격이 너무 저렴하고 리뷰도 없어 이상하다"는 말에 취소를 결정했다. 그는 "해당 몰에 전화했더니 일반 쇼핑몰과 다른 안내가 돼 더 의심스러웠다"고 했다. A 씨가 접속한 쇼핑몰은 롯데온을 사칭한 불법 피싱 사이트였다.
소비자의 피해가 잇따르자 롯데온은 지난달 '롯데온스토어', '롯데온가전스토어', '롯데온베스트샵' 등으로 상호를 바꿔가며 사칭 사이트를 운영한 사례를 확인하고 안내문을 띄웠다. 포털사이트에서 상품을 검색해 클릭하면 사칭 사이트로 연결되는 식으로 주로 고가의 가전제품을 판매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SSG닷컴도 최근 홈페이지에 고객 주의를 당부하는 공지사항을 올렸다. 쓱닷컴을 사칭하는 사이트가 도메인을 바꿔가면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을 적발했기 때문이다. 쓱닷컴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해 사이트는 폐쇄됐지만, 이후 트레이더스몰을 사칭한 앱이 등장해 골머리를 앓았다는 설명이다.
이런 사칭 사이트는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대기업을 사칭한 사이트가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오픈마켓을 차려놓고 싼 제품을 판매한다면서 피싱을 하는 사이트가 많았다"며 "최근에는 대기업을 사칭한 가짜 사이트를 만드는 것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물가가 오르고, 경기침체로 인한 불황이 이어지자 대범한 사기가 극성을 부리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실제로 1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특정 쇼핑몰에 대해 발령한 소비자 피해 주의보는 총 9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건에 불과했다. 올해 주의보 발령이 증가한 것은 그만큼 소비자 피해 사례가 늘었다는 의미다.
유통업체들은 피해를 막기 위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발견 즉시 관계 기관에 신고해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가 아니어서 법적인 조치까지 하기는 어렵다. 또 사이트가 차단될 때까지 시간이 걸려 고객 피해를 막기 위한 방안이 요구된다.
소비자원은 지나치게 가격이 저렴한 경우 믿을만한 업체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가급적 현금이 아닌 신용카드로 결제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