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빈은 지난 4월 5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0.88을 기록했다. 이 기간 국내 투수 평균자책점 1위(전체 2위)와 피안타율 0.164(전체 1위)를 기록하며 KBO리그를 압도했다. 조아제약과 본지는 곽빈을 4월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
곽빈은 2018년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했다. 그러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고, 2021년 1군 복귀에 성공했다. 3년 만에 돌아온 1군 마운드가 낯설어 제구 난조를 겪었지만, 첫 풀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지난해에는 후반기(11경기 평균자책점 2.98)부터 각성했다. 그 결과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첫 성인 대표팀 무대도 경험했다.
올해는 출발이 더 좋다. 시즌 첫 경기인 4월 4일 NC 다이노스전 7이닝 2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을 시작으로 최고의 4월을 보냈다. 컨디션이 나빴던 4월 21일 KT 위즈전에서도 스스로 위기를 극복해 5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구위도 경기 운영도 나날이 원숙해지는 중이다.
곽빈은 "한 달 동안 잘한 선수들이 많았는데, 그 경쟁을 뚫고 사을 받게 돼 너무 감사하다. 또 수상할 수 있게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유지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부상과 재활 치료로 보낸 시간이 오히려 곽빈을 키웠다. 컨디션이 올라오면서 갈수록 더 좋은 공을 던진 건 물론 멘털도 단단해졌다. 곽빈은 "이전까지는 한 경기 결과만 안 좋아도 운동 루틴 등을 다 바꿨다. 올해는 결과가 좋든 안 좋든 바꾸지 말고 꾸준히 하자고 마음 먹으니 심리적으로 편해졌다"고 했다.
WBC 경험도 큰 자산이 됐다. 곽빈은 "국제 무대에서 다른 나라 투수들을 보면서 느낀 게 많다. 강속구 투수들도 많았지만, 다들 제구가 정말 좋더라. 투수는 역시 구속보다 제구가 먼저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일본 대표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맞대결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곽빈은 "내가 오타니에게 이겼다고 생각한다. 홈런은 안 맞지 않았나"라며 웃었다. 1라운드 경기에서 타자 오타니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맞았지만, 곽빈은 후회 없는 공을 던졌다고 한다.
파트너의 힘도 크다. 곽빈은 올 시즌을 앞두고 FA(자유계약선수)로 이적한 양의지에 대해 "(박)세혁이 형(NC)도 정말 좋은 포수였지만, 의지 선배님은 믿음이 가는 포수"라며 "항상 투수를 편하게 해주시고 자신감도 많이 넣어주신다. 저한테 '우리 팀은 외국인 투수가 너까지 세 명이다. 무조건 10승 이상 해야 한다. 못하면 네 탓'이라고 농담하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곽빈은 지난해 최고의 투수였던 동갑내기 안우진(키움 히어로즈)과도 절친한 사이다. 올해 4월에는 그와 대등한 성적을 거뒀지만, 아직은 친구의 실력이 더 위라고 웃었다. 곽빈은 "커브는 내가 조금 더 나은 것 같다. 다른 건 모두 우진이가 위"라고 말했다.
'안우진 이상'을 자신할 만큼 곽빈의 커브는 뛰어나다.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구사율(올 시즌 21%)을 높였고, 피안타율이 0.074에 불과한 '마구'가 됐다. 박용택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선수 시절 만났던 신인 곽빈을 회상하면서 "정말 인상 깊은 커브였다. 이 공만 던져도 (1군에서) 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완벽했던 4월을 보낸 곽빈은 다소 아쉬운 5월을 보냈다. 7일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했다가 6실점을 기록해 평균자책점이 2.53으로 올랐다. 허리 염좌를 입으면서 약 3주가량 추가로 쉬게 됐다.
한 박자를 쉬게 된 곽빈은 이제 6월 질주를 준비한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승선이 유력한 데다, 4월과 같은 활약이 이어진다면 향후 해외 리그 도전도 기대해 봄 직하다. 곽빈은 "난 아직 KBO리그에서 더 보여줘야 하는 선수"라면서도 "만약 한국 무대에서 모두가 인정해 주는 투수가 되고, 1등 선수가 된다면 그때는 (해외 진출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겠다. 아직은 부족하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