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끝났을 무렵이었던가. 인터뷰를 하러 회사에 들어왔던 차선우를 기억한다. 당시 그룹 B1A4 멤버 바로로 활동하던 그는 목에는 굵직한 목걸이를, 손에는 빈 손가락이 없을 정도로 반지를 착용하고 있었다.
영화 ‘바람개비’ 개봉을 맞아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차선우는 그때와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한층 차분해진 스타일과 조금은 편안해진 것 같은 얼굴. 차선우는 “그때는 그런 힙합 스타일에 꽂혀 있었다”며 웃었다.
“그때 찍은 사진들 보면 웃음 나오고 그래요. 왜 저랬나 싶고. (웃음) 그때는 힙하게 보이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음악 활동에 더 집중하고 있을 때이기도 했고요.”
그로부터 10여년 후. 최근 차선우가 집중하는 1순위는 연기다. ‘응답하라 1994’ 속 빙그레로 크게 주목을 받은 이후 그는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부턴 매년 한 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있을 만큼 스크린에서 활동이 왕성하다.
“아직은 스크린에서 제 얼굴을 보는 게 익숙하진 않아요. 어두운 곳에서 큰 화면으로 보다 보면 더 디테일하게 보이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런 걸 보면 ‘내가 저때 왜 저렇게 했지’ 싶은 생각도 들고요. 아직은 배워가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차선우는 아이돌 스타로 활동하며 일을 쉬어본 적이 없다. 그룹 활동은 회사에서 정해놓은 스케줄에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렇다 보니 회사에서 주는 일을 차곡차곡 소화하기도 바빴다.
연기자 생활은 달랐다. 일단 그동안 힘들 때 의지처가 돼 줬던 멤버들이 사라졌고, 일도 보다 주도적으로 찾아나서야 했다.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고 사회에 나와 보니 왠지 모르게 조바심이 들었다. ‘내가 설 자리가 있을까’라는 막연한 불안감이었다.
“군대에 있는 동안 시대가 바뀌었어요. 그 사이 OTT가 크게 부상했고요. 연기 잘하고 끼 있는 후배들은 쏟아지고… 아무것도 안 하고 보내는 시간이 견디기 힘들더라고요. 어떤 날은 엄마한테 일하러 나간다고 하고 그냥 나갔다가 들어온 적도 있어요.”
어쨌든 차선우는 그런 시기를 잘 견뎌냈다. 누군가에게 의지할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런 시간을 잘 이겨내야 내가 연기자로 홀로서기 도전을 하는 게 의미가 생긴다’며 마음을 다잡았고, 일 없이 쉬는 시간을 현명하게 보내는 법도 터득했다. 별다른 취미가 없었던 그는 최근엔 친구들도 만나고 산책도 한다. ‘바람개비’ 촬영을 하며 배운 복싱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회의 소중함을 더욱 깊게 느끼게 됐다. 차선우는 “전역했을 때와 비교하면 마음이 되게 건강해진 것 같다”며 “현명하게 쉬는 시간을 견디다 보니 기회들이 하나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게 오는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고 있고, 내가 하는 일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고 이야기했다.
“예전과 비교해서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이렇게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요. 푹 빠졌다고 할까요. 앞으로도 드라마, 영화 가리지 않고 불러주시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