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의 유일한 2023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승. 올 시즌 한국 선수들의 부진 속에 유독 빛을 낸 주인공은 역시 고진영(28)이었다.
고진영은 미국 뉴저지주 클리프턴의 어퍼 몽클레어 컨트리클럽(파72·6536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총상금 300만 달러)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내며 5언더파 67타를 친 고진영은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적어내 이민지(호주)와 동타를 이뤘다. 그리고 18번 홀(파4)에서 이어진 연장 첫 홀에서 파를 잡아내 파 퍼트에 실패한 이민지를 누르고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45만 달러(6억원)다.
올 시즌 LPGA투어에서는 한국 선수들의 우승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회 전까지 유일한 한국선수의 우승은 3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의 고진영이 해냈다. 그리고 이번 대회 우승으로 고진영은 시즌 9개 대회가 끝난 현재 한국 선수 중 유일한 다승(2승)자가 됐다. LPGA 통산 15승의 ‘에이스’ 다운 집중력이 돋보였다.
고진영은 3라운드까지 선두 이민지에 4타 뒤진 공동 4위였다. 마지막 날 초반 라운드에서 이민지가 주춤한 사이 고진영이 침착하게 격차를 줄여갔다.
이민지가 전반 1타를 잃은 사이 고진영은 3~4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고 7번 홀(파4) 버디를 추가해 이민지와 공동 선두가 됐다.
이후 치열한 경쟁이 이어졌다. 고진영이 12번 홀(파5)에서 버디로 단독 선두가 되자 이민지가 11번 홀(파4)에서 버디로 다시 공동 선두를 만들고, 12번 홀 버디를 추가해 단독 선두로 나섰다. 이민지는 이어 15번 홀(파3)에서 버디를 또 만들어내며 2타 차 선두로 치고 나갔다.
고진영의 뒷심은 여기서부터였다. 고진영은 이민지가 16번 홀(파4)에서 보기를 한 사이에 18번 홀(파4)에서 내리막 중거리 퍼트를 집어 넣으며 버디를 낚았다. 동타를 만든 고진영이 먼저 라운드를 마친 후 이민지는 더 이상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연장에서 고진영은 침착하게 세 번째 샷을 홀 가까이 붙였다. 이민지의 세 번째 샷은 거리가 좀 더 멀었다. 이민지의 파 퍼트가 실패한 반면 고진영은 깔끔하게 파에 성공하고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고진영은 4라운드에서 그린과 페어웨이를 6차례씩 놓쳤을 정도로 정확도가 아주 높은 플레이를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위기를 맞았을 때 안정적인 벙커 샷과 퍼트로 탈출했다.
고진영은 14일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5타 차 역전 우승을 했던 임성재(25)가 우승에 힘을 보탰다고 했다. 고진영은 "임성재가 한국 대회에서 5타 차를 극복하고 우승하는 것을 보며 영감을 얻었다"며 "내 경기를 잘하면 기회가 있을 거로 생각했고, 집중한 덕분에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극적으로 우승해 더 기쁘다"고 말했다.
파운더스컵은 한국 선수들이 최근 8년간 6승을 거두며 강세를 보였던 대회인데, 고진영은 이 대회에서만 혼자 3승째를 올리면서 파운더스컵 유일한 3승 고지를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