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업계가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유료 멤버십 회원을 확보해 '락인(잠금)' 효과를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대부분의 이커머스 플랫폼이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두고 사활을 걸고 있지만, 매월 회비를 내야 하는 서비스이니만큼 성장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커머스 업계가 네이버와 쿠팡, 신세계그룹으로 재편된 가운데 승자독식 구조만 강화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너도나도 유료 멤버십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 대부분은 유료 멤버십을 운영 중이다. 선두는 쿠팡이다. 쿠팡은 2018년부터 '쿠팡와우'(월 4990원)를 운영 중인데, 지난해 말 회원 수 1000만명을 넘겼다. 네이버의 '네이버 멤버십 플러스'(월 4900원), 11번가의 '우주패스슬림'(월 2900원), SSG닷컴 '스마일클럽'(월 3900원) 등이 유료 멤버십 제도를 갖고 있다.
유료 멤버십은 기업 입장에서 많은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상당한 액수의 초기 투자 비용이 든다. 그러나 일단 회원이 늘어날 경우, 흑자로 돌아설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갖게 된다.
쿠팡은 대표적인 유료 멤버십 운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쿠팡의 올 1분기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역시 1362억원으로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1억 달러(1337억원)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쿠팡이 충성도 높은 유료 멤버십 고객을 바탕으로 유료 회원제에 기반한 수익 모델을 창출했다고 분석한다. 쿠팡와우의 힘을 알고 있는 쿠팡은 지금도 꾸준하게 유료 멤버십 회원만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 중이다.
오픈서베이가 지난해 6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6명은 온라인 쇼핑 멤버십을 이용 중이었다. 이들의 쇼핑 경험은 멤버십을 이용하지 않는 고객들보다 높았다. 이커머스에서 유료 멤버십 비이용자 대비 최대 43%(스마일클럽) 더 자주 접속했다. 또 최대 94%(쿠팡) 자주 구매하며 월평균 최대 40%(쿠팡) 더 많은 금액을 지출했다.
유료 멤버십의 저력을 확인한 각 기업들은 서비스 개편과 강화에 몰두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쿠팡에 맞서기 위해 오는 6월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공개한다. 옥션과 지마켓의 유료 멤버십인 '스마일클럽'에 이마트·신세계백화점·스타벅스·신세계면세점 등 오프라인 계열사 혜택을 늘린 것이 골자다. 현재 스마일클럽 가입자는 300만명 이상으로, 향후 스타벅스와 백화점이 포함될 경우 유료 회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1번가는 오는 7월부터 VIP와 패밀리 구매 등급 혜택을 중단하고 새로운 유료 멤버십 회원을 위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11번가 측은 "현재 이커머스들 대부분이 유료 멤버십제도를 운영하는 만큼 11번가도 더 나은 서비스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기존 등급제를 종료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충성 고객에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오래된 서비스를 개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픈서베이가 지난해 6월 상반기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6명은 온라인 쇼핑 멤버십을 이용 중이었다. 이들의 쇼핑 경험은 멤버십을 이용하지 않는 고객들보다 높았고, 유료 멤버십 비이용자 대비 최대 43% 자주 접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커머스 전쟁 2라운드
이커머스 업계는 유료 멤버십이 ‘제 2의 이커머스 전쟁’이라고 보고 있다. 유료 멤버십은 월 기준 2900원에서 4990원을 내야 한다. 아무리 쇼핑을 좋아하는 소비자일지라도 많아야 2~3개 이상은 가입하지 않는다. 본격화한 유료 멤버십 싸움에서 승기를 잡은 기업은 살아남지만, 밀려난 플랫폼은 사실상 도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커머스 A 사 관계자는 "유료 멤버십은 말 그대로 유료로, 멤버십을 3개 이상 가입하는 경우는 극소수일 것"이라며 "이마저도 마트나 각종 백화점 등에서 운영하는 유료 멤버십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모든 플랫폼의 고른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각 플랫폼이 사활을 걸고 준비 중인 각종 유료 멤버십 서비스가 큰 틀에서 볼 때 별다른 특이점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각 서비스별 혜택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상 승자독식 구조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는 네이버와 쿠팡, 신세계그룹(SSG닷컴·이마트)이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쿠팡은 막대한 자금력과 풍부한 유료 회원 수를 바탕으로 이커머스를 넘어 전통의 유통 시장 강자인 신세계와 롯데그룹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거의 모든 유료 멤버십은 기본적으로 무료 배송과 추가 적립, 할인 행사를 기반으로 한다"며 "여기에 타 계열사 서비스가 붙는다고 하는데, 대부분 대체 가능한 것들"이라고 꼬집었다.
B 사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계 화두로 떠오른 유료 멤버십 경쟁은 성공한 곳과 실패한 플랫폼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