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기(50)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팀 마운드 기대주 장재영을 향해 대체로 긍정적인 스탠스를 보였다.
장재영은 2021년 1차 신인 드래프트에 지명됐고, 계약금으로 9억원을 받을 만큼 높은 잠재력을 인정받은 투수다. 지난 2시즌(2021~2022) 동안 약점인 제구력을 보완하지 못해 기대에 못 미쳤지만, 홍원기 감독은 언젠가 그가 팀 에이스 안우진에 버금가는 투수로 성장할 재목이라고 봤다.
홍원기 감독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장재영에게 10승·15승을 기대하지 않는다. (이전과) 180도 달라진 모습을 바라지도 않는다. 경험을 쌓고, 안 좋아졌을 때 다시 극복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라고 했다. 제구력 향상이 숙제인 장재영에게 “볼넷을 내주지 마”라는 주문이 아닌 “(적극적으로) 승부해라”라는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같은 의미지만 긍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려고 했다.
그런 홍원기 감독이 공개적으로 강도 높은 쓴소리를 할 때가 있다. 개막 첫 달 등판한 두 경기에서 볼넷을 남발한 장재영에게 2군행 지시를 내린 홍 감독은 지난달 23일 인천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그 선수(장재영)의 이름은 내 머릿속에서 잊힌 지 오래”라고 했다. 살짝 올라간 입꼬리를 봤을 때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었지만, 의미심장한 속뜻이 있는 말이었다. 홍 감독은 이어 “3년 차면 문제점(제구력)을 자신이 책임지고 개선해야 한다”라는 충고도 했다.
장재영이 이 말을 기사를 통해 접했다면, 충격을 받을 만하다. 홍원기 감독은 자신의 메시지를 더 강력하게 전달하기 위해 미디어를 이용한 것 같다. 때로는 이런 간접적인 방식이 더 효과적이다.
홍원기 감독은 지난 16일 고척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도 그랬다. 수비 실책 뒤 의자를 내리치며 분풀이를 하다가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골절됐던 내야수 송성문이 재활 치료를 마치고 퓨처스리그에 출전한 상황. 취재진이 송성문의 1군 복귀 시점을 묻자 홍 감독은 “그 선수의 퍼포먼스에 대해 귀담아듣지 않는다. 따로 얘기할 게 없다”라고 했다. 당사자가 들으면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송성문은 지난 시즌(2022) 키움 내야진에서 3루수로 가장 많이 출전한 주축 선수다. 사령탑 입장에선 쓰지 않을 수 없는 선수다. 실제로 지난 1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콜업했다.
하지만 홍원기 감독은 본인 과실로 부상을 당하고, 팀에 피해를 끼친 선수를 전력에 도움이 된다며 그저 반기지 않았다. 마치 송성문을 '잊은 선수' 취급하며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홍원기 감독은 특정 선수나 팀 상황을 전할 때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런 홍 감독이 평소와 달리 가시가 돋친 말을 한다면 그건 가볍게 넘길 수 없을 것 같다. 선수들도 새겨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