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아티스트의 활약과 K콘텐츠에 대한 해외 팬들의 관심이 두드러지면서 외국 현지에서 소비되는 K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K팝 아티스트들이 아시아권을 비롯해 북미 등 전 세계 지역에서도 맹활약하며 현지 K팝 팬들로부터 많은 소비를 촉진시키고 있는 것이다.
29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에 따르면 해외에서 사용된 음악 저작권료는 2022년 기준 220억 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약 40억 원이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기준 복수의 해외 지역 소비 행태를 들여다 보면 각 지역별로 K팝 소비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아시아 146억 원(66%), 유럽 36억 원(16.3%), 북미 32억 원(15%), 기타 지역 6억 원(2.7%) 순이다. 2021년 아시아에서는 124억 원, 북미에서는 30억 원, 유럽 26억 원이 징수된 것을 고려하면 해외 각 지역에서 모두 증가했다.
국내 음원 플랫폼에서도 K팝 아티스트들의 영향력이 확인됐다. 주요 음원 플랫폼 중 하나인 지니뮤직 측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해외 음원 매출이 연평균 62%가 증가했다. 지난 2018년 35억 원 매출에서 2021년 241억 원으로 약 7배의 음원 매출을 기록하며 음원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지난해에는 285억 원이라는 역대 최고치를 찍으며 꾸준한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이 밖에도 글로벌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가 발표한 ‘청취자들이 2022년 가장 즐겨들은 K팝’에 따르면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트와이스, 스트레이 키즈 등 총 K팝 아티스트 10팀의 스트리밍 수는 무려 165억 회다. 이는 2020년과 2021년 대비 각각 56%, 20% 증가한 수치로 K팝의 꾸준한 글로벌 성장을 증명했다.
대형 아이돌그룹을 보유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K팝 아티스트들의 해외 음반 판매와 더불어 스트리밍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코로나19로 인해 현지 활동은 하지 못했으나 팬들의 아쉬움이 스트리밍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며 “그만큼 해외 저작권료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각 아티스트의 구체적인 저작권료에 대해서는 해당 음악의 저작권자만 파악 가능하다. 또한 올 상반기는 아직 이어지고 있는 중인 만큼 해외 저작권료 정산은 이른 시점이다. 하지만 음저협 한 관계자는 “올해 초 해외에서 K팝 아티스트들의 높은 활약도에 따라 해외 저작권료 역시 전년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팝에 대한 해외팬들의 관심이 스트리밍 수요로 이어진다는 건 신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가 입증하기도 했다. 최근 피프티 피프티는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에 9주 연속 진입하며 이례적인 스트리밍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핫 100’은 피지컬 싱글 및 디지털 음원 판매량, 스트리밍 수치, 라디오 에어플레이 수치, 유튜브 조회수 등을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데 피프티 피프티 스트리밍 수치는 전체 비율 중 97%를 차지한다. 데뷔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인 그룹인 만큼 팬덤에 의한 앨범 판매량은 극히 적으며 온전히 스트리밍으로 차트인을 사수하고 있는 것. 이는 피프티 피프티의 저작권료로 이어진다.
피프티 피프티 해외 음원 저작권료 정산은 정산 방법과 기준이 국가마다 다르며 현지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기 때문에 6개월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물론 가창자인 피프티 피프티는 저작인접권자로서 저작권료를 받는다. 피프티 피프티 관계자는 “해외에서 스트리밍이 많이 되고 있어서 어느 정도의 저작권료가 나올거란 기대는 있다”고 전했다.
K팝과 K콘텐츠에 대한 해외 관심이 팬데믹 기간 지속적으로 증가한 게 해외에서 저작권료 징수가 큰 폭으로 늘어난 데 한 몫 했다.
음저협 관계자는 “많은 K팝 아티스트들의 해외 활동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해외 저작권료 징수액도 늘어났다. 또 K팝 음악이 삽입된 K콘텐츠들에 대한 소비가 많아진 점도 해외 저작권료에 일부 기여한다”며 “해외에서 K팝의 입지가 있다 보니 일시적 소비가 아닌 끊임없는 스트리밍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밝혔다.
K팝 아티스트들의 글로벌적 활약 덕에 해외 음악 저작권료뿐만 아니라 한국음악 전체 저작권 매출이 크게 늘었다. 음저협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체 저작권료 징수액은 꾸준히 늘어났다. 지난 2018년 2034억 원 징수를 시작으로 2019년 2208억 원, 2020년 2487억 원, 2021년 2885억 원, 2022년 3554억 원을 징수하며 5년간 75%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는 K팝의 미래가 글로벌에 있는 이유기도 하다.
지승훈 기자 hunb@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