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이 7-5로 승리 했다. 승리투수로 통산 130승을 달성한 장원준이 이승엽 감독으로부터 축하꽃다발을 받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두산 베어스 장원준(38)의 기록이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승엽 감독은 가능성을 열어뒀다.
장원준은 지난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3 KBO리그 정규시즌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4실점을 기록하고 올 시즌 첫 승이자 개인 통산 130번째 승리를 거뒀다.
대기록을 달성할 때까지 무려 5년의 시간이 걸렸다. 2018년부터 부진과 부상이 그를 따랐고, 2020년부터는 아예 선발 투수로 나오지 못했다. 은퇴설까지 있었으나 현역 연장 의지를 드러냈고, 이승엽 감독이 이를 지지했다. 그리고 마침내 대체 선발 기회를 잡자마자 승리로 연결했다. 이 감독의 뚝심과 장원준의 의지가 결합해 만든 역사다.
24일 잠실 삼성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승엽 감독은 "2회 4실점할 때는 '빨리 막았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지켜봤다. 그때는 불펜 투수 준비는 시키지 않았다"며 "장원준이 이겨내길 바랐다. 958일 만의 선발인데 그렇게 강판시키면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른다. 충분히 기회를 주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이 감독은 "장원준의 간절함은 코칭스태프들도 다 알고 있었다. 단 하루지만 선수 본인이 납득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고 생각했다. 실책도 나왔지만, 다행히 선수 본인이 잘 이겨냈다. 3회부터는 조금씩 구위가 좋아졌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장원준은 23일 경기가 끝난 후 "이제 승리에 대한 미련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래도 선발 기회는 더 찾아올 가능성이 남았다. 이승엽 감독은 "지금 외국인 투수 자리도(딜런 파일 부상) 비었고, 김동주가 프로 첫 풀타임 시즌이라 체력이 떨어졌다. 상황을 봐서 김동주의 힘이 많이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한 번 쉬게 하고 그 자리에 장원준이 들어가는 것도 구상 중이다. 동주가 괜찮으면 원준이가 빠지고 다음에 선발 문제가 생길 때 올리는 것도 고려하겠다. 일단 오늘 경기를 보고 이야기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승엽 감독은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40살이 넘어서도 요령으로 이겨내는 선수들이 많다. 본인의 선택"이라며 "베테랑들은 20대 때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불혹에 가까운 나이가 되면 신체적인 변화, 정신적인 변화가 온다. 20대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라며 "전성기 때를 생각하고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급락하게 된다. 본인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본인에 맞는 연습 방법이나 자세를 찾는다면 떨어지는 시간을 더디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조언했다.
한편 장원준에게 넉넉한 득점 지원을 안기고, 뒷문을 1실점으로 지켜낸 불펜진에 대해서도 칭찬을 전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장원준에게 승리하면 좋겠다는 응원의 메시지가 많았다. 꼭 이겨야 한다는 분위기도 강했다. 장원준 선배를 위해 후배들이 더 힘을 냈던 건 사실 같다"며 "그런 게 두산 베어스의 힘이 아닐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