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트 수아레즈(34·삼성 라이온즈)가 호투하고도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다. 지난해 따르지 않던 승운이 올해도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모양새다.
수아레즈는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6피안타 2볼넷 1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투구 수가 올 시즌 최다인 111구에 달했지만 6회 위기를 스스로 막아냈다. 직구는 최고 154㎞/h를 찍었고 평균자책점도 종전 4.50에서 3.94까지 낮췄다. 투혼과 호투에도 승리 투수 요건 달성은 끝내 이루지 못하며 시즌 승수가 '1'에 머무르게 됐다.
수아레즈는 KBO리그를 처음 찾은 지난해 30경기 평균자책점 2.49를 기록한 에이스다. 그러나 그해 단 6승(8패)에 그쳤다. 득점 지원 부족과 불펜 불안으로 완벽한 시즌 성적에도 10승 달성을 이뤄내지 못했다.
불운의 흐름은 2년 차에도 반복되는 모양새다. 수아레즈는 24일 경기 전까지 7경기에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크게 부진한 경기들도 있었지만, 호투한 4경기에서 결과가 1승 2패에 불과했다.
24일 경기에서도 승리의 기운이 그를 따르지 못했다. 투구 내용은 좋았다. 완벽하지 않았으나 노력했다. 수아레즈는 1회 2사를 먼저 잡았으나 위기를 맞았다. 양의지에게 볼넷을 시작으로 양석환과 호세 로하스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로하스의 안타 때 홈으로 쇄도하던 양의지를 우익수 구자욱이 저격, 보살로 잡아내며 첫 위기에서 탈출했다.
2회에도 위기가 이어졌다. 선두 타자 김재환에게 볼넷을, 후속 타자 허경민에게 안타를 내줬다. 이후 양찬열에게 탈삼진을, 이유찬에게 뜬공을 얻었으나 정수빈에게 몸쪽 직구를 구사하다 사구를 내줬다.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극복했다. 수아레즈는 박계범을 상대로 변화구를 3구 연속 구사, 투수 앞 땅볼로 직접 아웃 카운트를 처리하고 만루 위기에서 탈출했다.
3회 1피안타, 4회 삼자범퇴, 5회 1피안타로 마친 그는 6회 다시 위기를 맞았다. 선두 타자 양석환을 상대로 당긴 타구가 유격수와 외야수 사이로 떨어져 안타가 됐다. 이어 1사 후 김재환이 우익수 방면 안타를 더했다. 투구 수가 어느덧 103구.
교체를 고려할 상황이었지만 삼성은 수아레즈를 믿고 갔다. 그리고 수아레즈는 스스로 6회를 봉합했다. 허경민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 아웃 카운트를 더한 그는 마지막 타자 양찬열을 상대로 4구 연속 하이패스트볼을 구사, 헛스윙 삼진으로 올 시즌 개인 5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완성했다.
그러나 수아레즈는 호투하고도 끝내 승리 투수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삼성 타선은 5회까지 두산 김동주에게, 6회는 구원 등판한 김명신에게 묶여 그에게 단 한 점도 선물하지 못했다. 6회까지 111구를 던진 수아레즈는 0-0이 이어지던 7회, 결국 마운드를 이승현에게 넘기고 이날 등판을 마무리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