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완 사이드암스로 임기영(30)은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치른 최근 6시즌(2017~2022) 동안 선발 투수로 122경기를 소화했다. 구원 등판은 21경기뿐이었다. 2021시즌엔 팀 투수 중 유일하게 규정이닝을 채우기도 했다.
임기영은 올 시즌 불펜 투수로 나서고 있다. 스프링캠프 5선발 경쟁에서 신인 투수 윤영철에게 밀렸다. 다른 국내 선발 두 자리는 에이스 양현종과 2021년 신인상 수상자 이의리가 지키고 있다.
임기영은 한 번도 두 자릿수 승수(단일시즌 기준)를 기록하지 못했다. 통산 선발 등판 평균자책점도 4.89로 좋은 편이 아니다. 선발 투수 임무를 오래 수행했지만, 입지가 탄탄하진 않았다.
임기영은 올 시즌 불펜 투수로 더 빼어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선발 투수가 조기 강판됐을 때 마운드에 올라 3~4이닝씩 막아주는 롱 릴리버로 나섰고, 최근에는 박빙 상황에 등판해 셋업맨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달 30일 잠실 LG 트윈스전 9회 말에는 무사 1·2루 위기에 놓인 마무리 투수 정해영을 대신해 마운드에 올라 깔끔하게 세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세이브를 기록했다.
임기영은 24일 기준으로 15경기에 등판해 1세이브·4홀드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3.42)은 평범하지만, 피안타율(0.215)과 이닝당 출루허용률(0.99)은 매우 좋은 편이다. 구원 임무만 수행한 리그 불펜 투수 중에서 가장 많은 이닝(26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하기도 했다.
김종국 KIA 감독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임무를 다하고 있는 임기영에 대해 “적은 투구 수로 많은 이닝을 막아주고 있어서 마운드 운영이 수월하다.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KIA는 외국인 투수 아도니스 메디나가 경기 기복을 보이고 있어서 고민이 크다. 그는 두 번이나 5회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경험이 부족한 윤영철의 경기력과 체력 관리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임기영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상황에 따라서 임기영이 대체 선발 투수 임무까지 수행할 전망이다.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게 익숙했던 임기영은 이제 거의 매 경기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몸 관리나 등판 준비에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임기영은 “운동하는 방식은 작년과 다르지 않다. 자주 등판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없다”라고 했다. 오히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고.
임기영은 선발 투수로 나설 때 개인 승리 욕심을 크게 내지 않았다. 올 시즌은 다르다. 자신이 홀드를 올리면 팀이 그만큼 승리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임기영은 “그래도 두 자릿수 홀드는 해내고 싶다”라며 구체적인 기록 목표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