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매력은 작품 안에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확장된다는 점 아닐까요. 좋은 영화 한 편이 촉발한 감상과 의미를 다른 분야의 예술과 접목해 풀어보고자 합니다. ‘환승연예’는 영화, 음악, 도서, 미술 등 대중예술의 여러 분야를 경계 없이 넘나들며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한류에 ‘진심’인 미국 드라마가 나타났다. 넷플릭스 시리즈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의 스핀오프작 ‘엑스오, 키티’다. 원작인 ‘내사모남’에서 라라진과 피터를 이어준 귀여운 사고뭉치 키티가 고등학생으로 성장해 한국으로 가면서 벌어지는 하이틴 로맨스 이야기를 담았다.
‘엑스오, 키티’는 인천공항부터 강남 거리, 거미줄처럼 복잡한 지하철 등 한국 구석구석이 담겨 보는 재미도 있지만, 배경음으로 깔리는 노래가 대부분 한국 노래다. 특히 각 장면에 어울리는 가사로 진성 K팝 팬들이 즐길만하다. ‘엑스오, 키티’ 속 반가운 K팝을 살펴봤다.
◇ 핫가이 등장에 울리는 노래 세븐틴 ‘핫’(Hot)
키티가 남자친구 ‘대’를 만나기 위해 엄마가 어릴 적 다닌 국제학교 ‘키스(KISS)’로 전학가게 된다.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키티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남학생 민호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유명 연예인 어머니를 둔 민호는 ‘핫 가이’ 포지션. 그래서인지 그의 등장과 동시에 세븐틴의 ‘핫’이 울려퍼진다. 키티가 민호에게 “나도 같은 학교 다닌다”고 말을 걸자 민호는 차갑게 “노 잉글리시”라고 답하고 자리를 떠난다.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 학교로 가기로 한 키티. 인천공항에서 학교로 가는 버스를 놓치고 한국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장면에서는 BTS의 ‘잠시’가 흘러나온다. 대와 오랫동안 장거리 연애를 했던 키티의 마음처럼 “비록 지금은 멀어졌어도 우리 마음만은 똑같잖아, 내 곁에 네가 없어도 우린 함께인 걸 잘 알잖아”라는 대사가 흥겹게 흘러나온다.
이어서 한국의 여러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키티의 모습 뒤로 모모랜드의 ‘뱀’(BAMM)이 흘러나온다. ‘엑스오, 키티’ 속 사랑스러운 악역으로 등장하는 ‘유리’가 등장하는 노래 블랙핑크의 ‘핑크 베놈’(Pink Venom)도 의미심장하다. ‘핑크 베놈’ 가사 내용처럼 유리는 “독을 품은 꽃”이다.
남자친구 대의 등장 음악은 세븐틴의 ‘달링’(Darl+ing)이다. 대를 오래 그리워하고 좋아했던 키티의 마음대로 “네가 없으면 나는 너무 외로워. 네가 여기 없다면 119를 불러줘.(You know, without you, I'm so lonely. When you're not here, 911 calling)” 가사가 애절하다.
주연들의 등장 노래도 재밌지만 키티의 상황에 맞춘 K팝 선곡도 찾아보는 즐거움이 있다. 키티가 배정받은 기숙사에 룸메이트는 온 방을 엉망으로 만들어두는 ‘게임 폐인’이며 키티에게는 악당 그 자체다. 키티의 룸메이트의 등장 노래는 스트레이키즈의 ‘베놈’(VENOM)과 ‘매닉’(MANIC)이다.
늘 키티와 티격태격하던 민호가 파티에서 키티의 모습에 반한 후 야릇한 꿈을 꾸며 흘러나오는 노래는 스윗더키드의 ‘코코아’(cocoa)다. “네 마음을 바꿀게(I change your mind), 넌 시간낭비가 아니야(you’re not waste my time)”라고 흘러나오는 가사가 민호의 ‘자각’을 잘 말해주는 듯하다.
이 밖에 ‘엑스오, 키티’에는 전소미, 트와이스, 원호, (여자)아이들, 잇지, 프로미스 나인 등 K팝 스타들의 노래가 총출동한다. 10화 내내 꽉 찬 K팝에 ‘엑스오, 키티’는 지난 18일 공개 이후 4일 만에 시청시간 7208만 시간을 돌파하면서 공식 집계 글로벌 톱 TV시리즈(영어) 2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