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박동원(33)이 올 시즌 KBO리그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다. 통산 314홈런을 날린 '레전드 출신' 코치의 응원과 조언 덕분이다.
박동원은 29일 기준으로 홈런 13개를 기록했다. 지난 7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홈런 2개를 쏘아 올린 뒤 줄곧 선두를 수성하고 있다. 4월에는 25경기에서 4홈런에 그쳤지만, 이달 21경기에서 9홈런을 몰아쳐 이 부문 2위 노시환(9개, 한화 이글스)과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
프로 15년 차 박동원은 포수로서 수준급 장타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홈런왕을 경쟁할 정도는 아니었다. 2022년까지 1026경기에서 기록한 홈런은 114개. 개인 통산 7차례 두 자릿수 홈런을 날렸으나, 최고 순위는 2021년 10위(22홈런)였다.
박동원은 지난겨울 4년 총액 65억원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하며 KIA 타이거즈에서 LG로 이적했다. LG는 기존 주전 포수였던 유강남이 롯데 자이언츠(4년 총액 80억원) 이적이 확실시하자, 박동원을 데려와 공백을 메웠다.
박동원은 "처음에는 (유)강남이의 빈자리를 어떻게 메울까 많이 생각했다. 강남이가 워낙 좋은 포수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도 있는 만큼 더 나은 점을 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박동원이 꼽은 자신의 경쟁력 중 하나가 장타력이다. 이 과정에서 박경완 LG 배터리 코치의 도움이 크게 작용했다. 박경완 코치는 이만수(1983·1984·1985년)와 함께 역대 두 명뿐인 '포수 홈런왕'이다. 2000년 40홈런, 2004년 34홈런으로 타이틀을 획득했다. KBO리그 포수 최다 홈런(314개)과 최초의 4연타석 홈런 기록도 갖고 있다.
박경원 코치는 박동원에게 "너도 홈런왕을 할 수 있다"며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그럴 때면 박동원은 "제 주제를 알아야죠"라고 겸손하게 답한다.
단순히 응원에만 그치지 않고, 노하우도 전수했다. 박동원은 "스프링캠프에부터 코치님의 조언 아래 공을 띄워서 치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귀띔했다. 같은 포지션의 대선배 코치의 조언인 터라 더 잘 받아들여졌다. 박동원은 앞선 2년 동안 뜬공(188개)보다 땅볼(209개)이 많았지만, 올 시즌엔 뜬공(42개, 땅볼 36개)가 더 많다.
그는 "박경완 코치님이 선수 시절 홈런을 많이 치기 위해 본인이 연습했던 것을 많이 알려주셨다"고 고마워했다. 또한 "염경엽 감독님도, 이호준 타격 코치님도 곁에서 많이 도움을 주셔서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동원은 홈런뿐 아니라 장타율 부문에서도 1위(0.587)에 올라 있다. 타점은 3위(34개).
역대 LG 출신 타자 중 홈런왕에 오른 선수는 한 명도 없다. 박동원이 구단의 새 역사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홈런왕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박경완 코치님은 레전드고, 나는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다. 코치님을 따라갈 수 없다고 이야기를 한다. 코치님 혼자 (내가 홈런왕이 되는 걸) 욕심 내고 있다"며 웃었다.
정작 박동원은 포수로서 역할에 더 집중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홈런 기록보다 LG가 팀 평균자책점 1위(3.32)를 달리는 점에 더 만족한다. 그는 "내가 잘 치는 경기보다 점수를 안 주는 경기가 더 뿌듯하다"며 "투수들이 지금 잘 던지고 있어서 정말 좋다. 계속 잘 던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