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아버지 감사합니다 하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때 제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을 정도로 북받쳤습니다.”
피터 손 감독은 3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간담회를 위해 내한했다. 피터 손 감독이 한국을 찾은 건 약 7년 반만. 2015년 애니메이션 ‘굿다이노’ 개봉을 앞두고 내한해 한국 취재진과 만난 바 있다. 그는 ‘엘리멘탈’이 제76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작에 선정돼 현지를 찾은 데 이어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피터 손 감독은 이 작품을 만들게 된 시작으로 뉴욕에 ‘굿다이노’로 초청 받았을 때를 꼽았다. 한국계 미국인인 피터 손 감독은 이민자 2세다. 손 감독의 부모는 1960년대~1970년대께 미국 뉴욕에 와서 정착했다. 뉴욕에서 식료품 가게를 하던 부모의 손에 크며 피터 손 감독은 다양한 문화를 마주했고, 경험을 쌓았다. 이 같은 시기가 ‘엘리멘탈’에 녹아 있다.
피터 손 감독은 ‘굿 다이노’가 개봉하고 난 뒤 미국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뉴욕에서 나고 자랐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를 듣고 뉴욕으로 초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대에 서 관객들을 보는데 그곳에 자신의 부모와 동생이 있었다면서 그만 눈물을 펑펑 쏟고 말았다고 전했다.
“그때의 감정이 너무 인상 깊었어요. 그래서 픽사 사무실로 돌아와서 동료들에게 그 경험을 이야기했더니 ‘바로 거기에 네 영화가 있다’고 하더군요. 거기서부터 ‘엘리멘탈’의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손 감독은 ‘엘리멘탈’로 두 번째 내한을 한 데 대해 “영광이라고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이 영화를 만드는 동안 부모님이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분들은 여기(한국)서 자랐고, 그분들로부터 받은 애정과 사랑을 영화에 담아낼 수 있었다. 이렇게 한국에 와 있으니 기분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4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를 배경으로 한다.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는 이민자를 상징한다. 자라면서 불들이 모여 사는 지역을 벗어난 적 없던 앰버는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와 만나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면면을 발견하게 된다.
워킹 홀리데이나 유학 등으로 해외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거나 가족 내에 다문화 구성원이 있는 이들이라면 ‘엘리멘탈’ 속 앰버와 웨이드의 감정선에 더욱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피터 손 감독은 물론 함께 내한한 미국 이민자인 이채연 애니메이터까지 ‘엘리멘탈’에는 이방인으로 다른 문화에 거주하며 여러 경험을 한 이들이 다수 참여해 자신들이 느꼈던 감정과 경험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피터 손 감독은 100% 한국인의 피를 가졌지만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는 “나의 얼마큼이 한국적이고 얼마큼이 미국적인가 하는 고민을 늘 해왔다”며 “차별과 혐오의 시선을 당할 때도 있었다. 분명 그러한 경험들은 싫고 불쾌했지만, 그럼에도 그런 시간들을 통해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부모님 생각에 지금도 감정이 굉장히 북받친다. 한국 관객 분들이 ‘엘리멘탈’을 재미있게 봐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