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4번 타자’ 기대주로 인정받던 내야수 황대인(27)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타격감 회복보다 멘털 관리가 더 시급하다.
KIA는 지난 29일 1군에 있던 주축 선수 4명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최근 부진했던 투수 3명(숀 앤더슨·정해영·김대유)과 주전 1루수 황대인이 이름을 올렸다.
황대인은 2021시즌 출전한 86경기에서 홈런 13개를 치며 차기 4번 타자로 기대받았다. 지난 시즌도 14홈런·91타점을 기록했다. 나성범이 가세해 타선의 무게감이 더해졌고, 황대인은 주로 5·6번 타자로 나서 득점 기회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올 시즌 황대인은 부진하다. 출전한 36경기에서 타율 0.212·3홈런·18타점·출루율 0.269·장타율 0.314를 기록했다. 29일 기준으로 규정타석을 채운 리그 타자 59명 중 5번째로 낮은 타율을 기록했다. 4월 21경기에서 타율 0.219, 5월 15경기는 0.200에 그쳤다. 갑자기 타격감이 떨어진 것도 아니다. 최하위까지 떨어졌던 KIA가 반등하며 상승세를 탔던 4월 21일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30일 LG 트윈스전까지 9경기에서도 그는 타율 0.150(20타수 3안타)에 그쳤다. 상승 곡선을 그린 팀 타격 사이클에 편승하지도 못했다.
타격 메커니즘도 문제가 있겠지만, 조바심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 같다. ‘이적생’ 변우혁이 중요한 상황에서 홈런 4개를 치며 존재감을 보여줬고, 절친한 사이 소크라테스 브리토도 시즌 초반 부진을 털고 제 모습을 되찾았다. 출전 기회가 보장됐던 지난 시즌에 비해 팀 내 입지가 좁아진 게 사실이다.
황대인은 지난 2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4회 초 두 번째 타석에서 퇴장을 당했다. 다소 깊은 몸쪽(우타자 기준) 공이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고 삼진을 당하자, 어필하는 의미로 지면에 떨어뜨린 배트를 줍지 않은 것. 이영재 주심은 황대인에게 ‘배트를 가져가라’고 3번 주의를 준 뒤 퇴장 명령을 내렸다.
황대인은 앞선 2회 초 타석에서도 비슷한 코스 공에 삼진을 당했다. 실제로 상대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의 공은 다소 깊었다. 볼이었다.
하지만 리그 타자 대부분 이영재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이 우타자 몸쪽 코스에 넓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김종국 감독은 심판 판정에 말을 아끼면서도 “그런(몸쪽 공에 후한) 성향을 잘 알고 있어도, 당장 부진한 타자가 그것까지 염두에 두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황대인이기에 너무 넓은 S존을 민감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을 에둘러서 표현한 것.
KIA는 간판타자 나성범이 부상 재활 치료 중인 상황. 장타력을 갖춘 타자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에서 황대인에게 시간을 줬다. 타격감 회복만큼 머리를 식힐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황대인은 지난 시즌 막판, 수비 중 타자주자와 충돌한 뒤 허벅지 근육 손상이 생기며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2021시즌엔 한 번 콜업된 뒤엔 다시 2군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팀 주축으로 올라선 뒤 처음으로 ‘부진’을 이유로 1군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