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이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1년 계획의 프레임이 기본적으로 돌아가야 계산이 서는 거"라면서 "어떤 한계를 넘어섰을 때는 계획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의미심장한 얘길 했다. 말이 향한 건 서건창이었다. 당시 서건창은 개막 후 28경기 타율이 0.217(83타수 18안타)에 머물렀다. 공격 대부분의 지표가 평균 이하. 한때 0.438(2014년)에 이르렀던 출루율은 0.292까지 떨어졌다. 서건창을 개막전 리드오프로 기용한 염 감독의 시즌 구상과는 차이가 컸다.
출루가 되지 않으니 위협적이지 않았다. 서건창은 1번 타자로 나선 개막 첫 3경기에서 16타수 2안타에 그쳤다. 염경엽 감독은 시즌 네 번째 경기(4월 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부터 서건창의 타순을 8번으로 내렸다. 첫 변화였다. 하지만 효과가 미미했다. 하위 타선으로 내려간 뒤에도 서건창의 타율은 2할대 초반. 4월을 0.222로 마친 그는 5월에 치른 5경기(선발 1경기)에선 6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결국 반등이 요원하다고 판단한 염경엽 감독은 지난 19일 서건창을 1군 엔트리에서 뺐다.
염경엽 감독과 서건창의 재회는 오프시즌 LG의 기대 요소였다. 서건창은 넥센 히어로즈에서 뛴 2014년 201안타를 기록, 프로야구 역사상 첫 '시즌 200안타' 금자탑을 세웠다. 그해 정규시즌 MVP,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한 스타 플레이어. 당시 히어로즈 사령탑이던 염 감독은 서건창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2021년 기점으로 성적이 급락한 그의 부진을 안타깝게 바라보기도 했다. 서건창은 2021년 7월 히어로즈를 떠나 LG로 트레이드됐는데 이후 타격 슬럼프가 심각하다.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당시 염경엽 감독은 서건창을 두고 "단점을 보완하려다가 장점을 잃어버린 케이스"라며 "그럴수록 단순하게, 기본으로 가야 한다. 첫 단추를 끼우면 두 번째와 세 번째 단추가 잘 끼워질 수 있는 훈련 방법을 통해서 뭔가를 바꾸는 게 아니라 자기 폼 안에 채워 넣고 있다"고 말했다. 시범경기 타격 1위(13경기, 타율 0.362)에 오를 때만 하더라도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막상 정규시즌 레이스가 시작되자 타격감이 뚝 떨어졌다. 엔트리 말소 전 서건창의 타율은 0.207(87타수 18안타). 말 그대로 백약이 무효했다.
서건창은 지난겨울 2년 연속 자유계약선수(FA) 권리를 포기했다. 좋지 않은 성적 탓에 원하는 계약 조건을 제시받기 어려울 거라는 판단이었다. 절치부심한 올 시즌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2군에 내려간 뒤에도 부침이 여전하다. 염경엽 감독은 서건창이 한창 부진할 때 "올해 첫 번째 계획이었으니까 그게 깨지는 것보다 건창이가 살아나긴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건창이 주전 2루수를 맡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밑그림일 수 있다. 하지만 염 감독은 그 계획을 바꿨다. 그만큼 부진의 골이 깊었다.
1군에서 다시 기회를 잡으려면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경쟁력을 보여주는 건 서건창, 선수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