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탄탄한 선발진을 자랑하던 KT 위즈의 ‘선발 왕국’은 무너졌다. 소형준(22)이 팔꿈치 수술로 시즌 이탈한 가운데, 외국인 원투펀치마저 부진하면서 이전의 위용을 뽐내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웨스 벤자민(30)과 보 슐서(29)의 부진이 아쉽다. 올 시즌 KT의 외국인 투수들이 올린 성적은 19경기 7승 10패 평균자책점(ERA) 5.28. 10개 구단 중 가장 부진한 ERA이다.
이닝 소화 능력도 떨어진다. 6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된 것이 총 10번으로, 이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기록이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도 7번으로 전체 경기의 36.8%에 불과하다. 외국인 투수에게 기대할 만한 성적은 아니다.
벤자민은 10경기에서 6승(3패)이나 거뒀지만, 경기 당 5.90의 득점지원을 받는 등 승운이 따랐을 뿐 ERA(4.96)나 피OPS(출루율+장타율, 0.771) 등 세부 기록은 좋지 않다. 슐서는 벌써 시즌 7패(1승)를 떠안았다. ERA(5.62)도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들 중 두 번째로 높고, 피안타율(0.333)과 피OPS(0.852)는 리그 1위다. 슐서는 2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2군으로 내려갔다.
사령탑이 진단한 단점은 명확하다. 벤자민은 멘털, 슐서는 적은 선발 경험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벤자민이 타선의 지원으로 유리한 고지를 밟고 있음에도 제 공을 던지지 못하는 것을 지적했다. 실점 후에 제 페이스를 찾는 것이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반면, 커리어 대부분을 불펜에서 보낸 슐서는 힘 조절이 아직 선발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강철 감독은 “(슐서가) 상체 위주의 투구로 경기 초반에 힘을 너무 쓰다 보니 3, 4회만 지나면 힘이 확 떨어진다. 힘 좀 뺐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KT는 외국인 투수들의 의존도가 엄청나게 큰 팀은 아니었다. 하지만 2021년 통합우승 등 좋았던 시즌을 살펴본다면, 매 시즌 20승 이상과 30개 이상의 QS를 외국인 선수들이 책임져왔다. 이들의 경기 당 QS 비율도 50%가 넘었다. 6이닝 이상을 꾸준히 책임져주면서 선발로서의 제 역할을 다 해 왔다. 벤자민과 슐서에겐 이 같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KT는 지난주 2연속 위닝시리즈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회복했다. 고영표(32) 엄상백(27) 배제성(27) 등 토종 선발진들의 호투와 김민수(30), 주권(28) 등 필승조들의 부상 복귀, 손동현(22)과 이선우(23) 등 불펜 뉴페이스들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마운드 걱정이 줄어들고 있다. 외국인 원투펀치만 부활한다면 마운드도 이전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