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자신들의 요구에 반응하지 않는 소속사에 대해 트럭 시위라는 날선 칼을 빼들었다. 이 과정에서 트럭 시위를 두고 다소 극단적이고 과격한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가수 아이유 중국 팬덤은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 사옥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였다. 팬들에 대한 소속사의 소홀한 관리가 불만의 시발점이었다. 국내 일부 팬덤도 아이유 관련 소속사의 적극적이지 않은 홍보 행보를 꼬집으며 불만을 제기,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트럭 시위라는 오프라인 이의 제기를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사옥 앞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알리며 소속사의 피드백을 요구하는 직접적인 행동을 한 것.
그룹 엔하이픈 일부 팬덤도 신곡 안무 수정 등을 이유로 소속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해당 팬덤은 일주일 넘게 엔하이픈의 소속사 건물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팬덤은 “어린 나이의 멤버들이 신곡 ‘바이트 미’ 페어 안무를 하기엔 부적절하다고 판단됐다”며 “해당 안무 디렉터 퇴출과 더불어 수용되지 않을 시 향후 모든 행사와 앨범구매 보이콧을 진행할 것"이라고 성명서를 냈다.
팬들은 트럭 시위를 펼치는 것에 대해 소속사의 무대응을 이유로 꼽는다. 소속사들 입장은 또 다르다. 현재 다수의 아이돌 그룹 소속사들은 위버스, 버블 등 팬들과 아티스트가 만날 수 있는 소통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해당 플랫폼을 통해 아티스트가 팬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한다. 올해 1분기 위버스 활성이용자수만 약 930만 명이다. 팬들의 활발한 활동과 소통이 이뤄지는 만큼 다양하고 무수한 의견들이 오고 간다.
이 때문에 소속사가 팬들의 요구들을 일일이 접하고 수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결과적으로 소속사와 팬들간 의견 제안 및 공유가 면밀히 이뤄지는 데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그러다보니 팬들의 불만이 묵과되는 모양새로 남게 된다.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플랫폼 소통창을 비롯 팬들이 의견을 보내주시는 것들에 대해 회사 내부적으로 중요도를 따진 후 검토한다. 팬들의 의견 수가 방대한 만큼 확인이 어려운 점도 있지만 항상 문제의식을 갖고 의견을 바라보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원활한 소통창구 부재로 인한 팬들의 시위 이전에, 팬들의 불만 사안이 과연 검토될 만한 타당성을 갖고 있느냐를 우선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복수의 아이돌 그룹이 속해 있는 가요기획사의 관계자는 “아티스트와 관련해 소속사에 대한 팬들의 지적은 이전부터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팬들의 의견들을 존중하지만 일부 팬들의 개인적 욕심에 따른 지적과 요구도 존재한다. 객관적으로 문제 될 사안일 경우 수용하고 검토하지만 개인적 시선으로 인한 불만 제기에 대해선 참고하는 정도”라고 토로했다.
트럭 시위 같은 팬덤의 요구가 보여주기로만 그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트럭 시위는 공격적인 분위기와 물리적인 힘을 드러내면서 보여주기 식으로만 끝날 가능성이 크다”라며 “팬들도 스마트 모바일적인 방식으로 여론을 모으는 게 K콘텐츠다운 것이라 생각한다. (트럭 시위가) 아이돌 이슈를 부각시킬 순 있지만 의사 표현 방식에 대해선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팬 자신들만을 위한 시위가 될 수 있다. 팬과 스타가 상생할 수 있는 건강한 의사 표현을 펼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K팝이 글로벌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팬덤의 영향력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릴 수 있는 건 팬들의 절대적인 응원과 지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을 고려했을 때 소속사는 지금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팬들의 의견을 고려해볼 필요는 있다. 트럭 시위에 나서는 건, 그만큼 팬들의 요구가 절박하다는 점을 소속사는 간과해선 안된다. 그렇기에 팬들과 더 적극적인 소통 창구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도헌 대중문화평론가는 “연극, 뮤지컬의 경우 새 작품을 론칭할 때 N차 관람했던 사람들을 우선 초대해 프리뷰 형식으로 무대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K팝 기획사도 일방적인 측면을 버리고 상호보완적인 소통구를 다방면으로 마련해야 한다”면서 “지금껏 K팝이 성장하는 데에는 팬들의 힘이 주효했다. 앞으로 기획사의 팬 관리는 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