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서튼 감독이 31일 오후 잠실 LG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훈련을 보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31일 오전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 LG 트윈스와 주중 원정 3연전 일정을 위해 서울을 찾은 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서튼 감독의 휴대전화에도 알림음과 함께 위급재난 문자가 도착했다.
서튼 감독은 31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평소 취침 전에 휴대전화를 무음 기능으로 바꾼다. 그런데 (새벽에) 휴대전화에 (큰) 소리가 나서 처음에는 호텔측 알람 전화인 줄 알았다. 휴대전화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보고 '뭔가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서튼 감독은 "번역기로 (위급재난 문자를) 돌려보니 '서울에서 탈출하라'고 떴다. 세계 3차 대전이 시작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며 "전쟁이 나더라도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냥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외국인이 이런 메시지를 처음 접할 경우 불안감을 느낄 수 있지만 서튼 감독은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오랫동안 한국에서 지내 이런 공포에 다소 덤덤하게 반응했다.
결과적으로 서울시는 7시 25분 '서울시 전지역 경계경보가 해제됐음을 알려드린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길 바란다'고 알렸다.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다시 잠자리에 든 서튼 감독의 선택은 현명했다.
정작 서튼 감독은 전날 유강남의 주루사에 더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유강남은 0-1로 뒤진 2회 1사 후 안타를 치고 나가 노진혁의 우전 안타 때 3루까지 진루했다. 이어 박승욱의 1루수 앞 땅볼 때 3루와 홈 사이에서 아웃됐다.
서튼 감독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유강남의 플레이가 (위급재난 문자보다) 나를 더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롯데는 1-3으로 졌다.
서튼 감독은 취재진을 향해 "모두 같은 위급재난 문자를 받았나"라고 묻고선 "한국은 역시 휴대전화 강국"이라는 말을 남긴 채 더그아웃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