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포수 박동원(33·LG 트윈스)은 KBO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였다. 6경기에 출전, 안타 7개를 기록했는데 이 중 3개가 홈런이었다. 주간 홈런 공동 1위. 장타율(0.850)과 출루율(0.409)을 합한 OPS가 1.259에 이른다. 조아제약과 본지는 박동원을 5월 마지막 주 주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 그는 "너무 감사하다. (주간 MVP를 받은 게) 처음이라 더 감사하고 너무 뜻깊은 거 같다"며 웃었다.
박동원의 활약은 지난주에 국한하지 않는다. 올 시즌 연일 맹타다. 5월 30일 기준 홈런 13개로 공동 2위 그룹에 4개 앞선 1위. LG는 전신 MBC 청룡 시절을 포함해 역대 단 한 명의 홈런왕도 배출하지 못한 구단이다. 홈으로 사용하는 서울 잠실구장의 규모가 큰 편이어서 장타 생산이 어려운 탓이다. 잠실구장은 홈 플레이트에서 좌우 펜스까지 길이가 100m. 중앙은 125m다. 여기에 펜스가 2.6m로 높아 투수 친화적이다. 구장을 함께 사용하는 두산은 1995년 김상호, 1998년 타이론 우즈, 2018년 김재환까지 역대 3명의 홈런왕을 탄생시킨 바 있다. 그러나 LG는 매년 입맛만 다셨다.
2010년 데뷔한 박동원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021년 달성한 22개. 개인 한 시즌 최고 장타율도 그해 기록한 0.460이다. 그런데 올 시즌 확 달라진 모습으로 매섭게 배트를 돌린다. 일찌감치 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하더니 어느새 장타율(0.590)을 6할 언저리까지 끌어올렸다. 그는 "겨울부터 장타를 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시즌 초반이지만 지금까지는 준비한 대로 잘 이어지고 있다"며 흡족해했다.
박동원은 최근 두 시즌 연속 뜬공보다 땅볼을 많이 쳤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땅볼/뜬공 비율이 0.88로 뒤집혔다. 발사각을 올려 타구를 띄우고 풀 스윙으로 추진력을 만들어 긴 비거리를 만들어 낸다. 프로야구 현장에선 "배트에 걸리면 넘어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박동원은 "땅볼보다 뜬공 비율이 더 높아진 게 (장타가 늘어난) 직접적인 이유인 거 같다. '잠실 홈런왕'은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며 "이제 시즌이 2개월 지났기 때문에 지금 욕심낼 부분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팀이 더 이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몸을 낮췄다. 홈런이 늘면 타율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런데 박동원은 오히려 반대다. 최근 3년 0.242~0.250에 머물던 타율이 0.280 안팎까지 올랐다.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박동원을 두고 "점이 아닌 면으로 치는 방법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이 배트에 맞는 면적이 넓어지면 정타가 많아지고, 그만큼 좋은 타구가 될 확률도 높아진다. 오프시즌 내내 구슬땀을 흘린 박동원은 훈련의 결과를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적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박동원은 지난해 11월 자유계약선수(FA)로 KIA 타이거즈를 떠나 LG로 팀을 옮겼다. 주전 포수 유강남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LG는 그의 공백을 채우려고 박동원에게 4년 총액 65억원을 베팅했다.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박동원은 "처음엔 (부담이) 조금 있었다. 강남이가 좋은 선수였기 때문에 LG의 성적도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대신 나만의 장점을 잘 키워서 강남이의 빈자리를 커버하려고 했다. 공격과 수비 두 부분 모두 강남이의 장점을 쫓아가기보다 내 강점 더 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박동원은 아직 한국시리즈(KS) 우승 경험이 없다. 히어로즈 소속이던 2014년과 2019년, 두 번 KS 무대에 올랐지만 모두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LG는 1994년 KS 우승 이후 긴 침묵 중이다. '이적생' 박동원이 LG에 새바람을 불어넣으며 팀의 선두 경쟁을 이끌고 있다. 그는 "2014년 KS 우승이 가장 아쉽다. 그 아쉬웠던 기억을 이젠 좋은 결과로 만들어 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