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음주 파문 당사자가 이용찬(NC 다이노스) 정철원(두산 베어스) 김광현(SSG 랜더스)으로 밝혀졌다. 세 선수는 1일 일제히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이용찬과 정철원은 1일 창원 NC 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맞대결이 우천 순연된 뒤 시차를 두고 사과문을 읽었다. 먼저 입을 뗀 이용찬은 "이번 대회 기간 중 휴식일 전날 지인과 함께 도쿄 소재 한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고 인근 주점으로 이동해 2시간가량 머무른 후 곧바로 숙소에 귀가했다"며 "이유 불문하고 국제대회 기간 중 음주를 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KBO에서 이뤄지는 절차에 성실히 응하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른 건 지난달 30일이었다. 한 유튜버가 "WBC에 출전한 야구 대표 선수들이 본선 1라운드가 열린 일본 도쿄에서 대회 기간 음주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파문이 확산했다. 특히 1라운드 첫 경기 호주전 전날인 3월 8일 밤부터 경기 당일인 9일 새벽까지 술을 마셨고, 일본전 전날인 9일에도 술자리가 있었다고 전해 논란이 더욱 커졌다.
당시 WBC 대표팀은 일본 오사카에서 5일 공식 훈련을 소화한 뒤 6일과 7일 일본 프로야구(NPB) 오릭스 버펄로스, 한신 타이거스와 연습 경기를 치렀다. 이후 7일 저녁 WBC 본선이 열린 결전지 도쿄에 입성했다. 9일과 10일 열린 1라운드 호주전과 일본전을 연거푸 패한 뒤 12일과 13일 체코전과 중국전에 모두 승리했다. 일본(4승)과 호주(3승 1패)에 밀려 2라운드 진출은 실패. 결과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는데 음주 파문까지 터져 엎친 데 덮쳤다.
해당 선수와 구단의 경위서를 받은 KBO는 "(당사자로 지목된) 3명의 선수는 대회 동안 경기가 있는 전날 밤, (술집의 하나인) 스낵바에 출입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동한 날(7일)과 휴식일 전날(10일) 해당 업소에 출입한 사실이 있다"고 알렸다.
이용찬은 "(일본전이 끝난 뒤인) 휴식일 전날 지인과 저녁을 먹은 뒤 간단하게 (술자리를) 하고 귀가했다"며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술집이 유흥업소(룸살롱)라는 주장엔 선을 그었다. 그는 "선수단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 다른 선수들과 동행하지 않고 지인 한 분하고만 저녁 식사를 했다"고 부연했다.
이용찬에 이어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정철원도 바로 사과의 말을 전했다. 정철원은 이번 음주 파문에서 안산공고 선배 김광현과 함께 술자리를 함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WBC 대회 중인 3월 30일, 일본전이 끝나고 술자리를 가졌다. 대표팀의 좋지 않은 성적에 많은 분이 실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끄러운 행동을 했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경솔한 행동이었다"고 반성했다.
정철원은 "(술자리를 한 건) 일본전이 끝나고 밤 12시가 넘었을 때다. 술자리에 결코 여자가 있지 않았다"며 "여자는 서빙하는 분과 가게 사장 정도였다. (밥을 먹는 자리인 줄 알았고 메뉴도) 김밥과 수제비, 떡볶이였다"고 설명했다. 밥을 먹으면서 반주(飯酒)했다는 의미였다. 그는 "(술자리에) 간 것만으로도 정말 큰 잘못"이라고 재차 반복했다.
김광현은 홈구장인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취재진과 만났다. 그는 "WBC 대회 기간에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사과의 말씀을 전달해 드리고자 미디어 여러분들, 팬분들 앞에 서게 됐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가대표 대회 기간에 생각 없이 행동했다는 점에 대해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분, 미디어 및 야구 선후배분들께도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 드리고 싶다"고 운을 뗐다.
김광현은 7일에도 술자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선수와 달리 최소 두 번 음주를 한 것이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간판선수로서 후배들에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는 "이번을 계기로 깊이 반성하여 다시는 야구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다시 한번, 저의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야구를 좋아하고 사랑해 주시는 팬분들과, 미디어분들, 그리고 야구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반성했다.
KBO는 "각 선수에게 경위서를 제출받고 그에 따라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한 후. 국가대표 운영 규정에 어긋남이 있다면, 상벌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면서 "국가대표 운영 규정 13조 징계. 3.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개최한다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고 전했다. 세 선수 모두 "향후 KBO에서 이뤄지는 절차에 성실히 응하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