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에 나선 한국 여자 배구가 국제대회에서 또 고전하고 있다. 체격이 좋은 외국 팀과의 대결에서 여전히 힘과 높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세자르 곤잘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4일(한국시간)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미국과의 1주 차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0-3(16-25, 25-27, 11-25)으로 완패했다.
한국은 지난 1일 튀르키예와의 1차전, 3일 캐나다와의 2차전에서도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패했다. 지난해 VNL에서 12전 전패를 기록하며 최하위에 그친 한국이 올해도 세계 수준과의 차이를 확인하고 있다.
한국은 최근 몇 년 사이 V리그에서 성장세를 보인 이다현·김주아·정호영·박은진으로 미들 블로커(센터)진을 구성했다. 20대 초·중반 선수들에게 국제 대회 경험을 부여해 세대교체를 이루려는 의도도 있었다.
서양 국가들과 치른 1주 차 첫 3경기에서 센터진의 활약은 미미했다. 네트 앞 제공권 싸움에서 크게 밀렸다. 한국은 4일 미국전에서 블로킹 3개에 그쳤다. 그마저도 센터가 아닌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표승주가 2개, 김미연이 1개를 해냈다. 3일 캐나다전에서도 블로킹은 3개뿐이었다. 이다현이 2개, 문지윤이 1개를 기록했다. 3경기 기준으로 팀 블로킹은 10개. 센터가 해낸 블로킹은 4개뿐이다.
반면 캐나다·미국전에서 두 자릿수 블로킹을 내줬다. 에이스 박정아가 두 경기 모두 한 자릿수 득점에 그칠 만큼 공격이 풀리지 않았다. 공격 10번 이상 시도해 성공률 40%를 넘긴 선수는 캐나다전에서 8점을 올린 김미연뿐이었다.
한국은 ‘배구 여제’ 김연경, V리그 통산 블로킹 1위(1451개) 양효진이 대표팀에서 은퇴한 뒤 전력이 크게 떨어졌다. 그동안 김연경이 전위에서 공격 활로를 뚫고, 양효진이 네트 앞에서 경쟁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현대 대표팀에선 공·수 기둥 역할을 할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 미국전에서 선발 세터로 염혜선 대신 프로 데뷔 7년 차 김다인을 선발로 내세웠다. 1세트부터 센터를 활용한 속공과 이동 공격을 자주 시도했다. 이날 정호영은 7득점, 박은진은 6득점을 기록하며 앞선 두 경기(튀르키예·캐나다전)보다 활발한 모습을 보여줬다.
공격진도 컨디션이 안 좋은 박정아와 강소휘 대신 김미연과 문지윤 그리고 표승주를 더 오래 기용했다. 측면뿐 아니라 중앙 백어택 시도가 늘어났다.
한국은 오는 16일부터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VNL 2주 차 일정을 소화한다. 브라질·크로아티아·독일 등 힘과 높이 차이가 큰 국가들과 만난다. 용병술과 전략 변화로 돌파구를 만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