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자사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인 디즈니+에서 콘텐츠를 대거 삭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디즈니가 보유한 콘텐츠 자산 가치는 약 15억 달러(약 1조 9000억)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이하 SEC 공시)에 따르면, 디즈니는 지난달 27일부터 디즈니+와 훌루 등 OTT서비스에서 특정 콘텐츠의 스트리밍을 중지했다. 디즈니+와 훌루 등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콘텐츠는 ‘윌로우’, ‘빅 샷’, ‘돌페이스’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합해 5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는 “이전에 발표한 대로 디즈니는 콘텐츠 검토 과정에 있으며 전략적 변화에 맞춰 일부 콘텐츠를 플랫폼에서 제거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콘텐츠 자산의 장부가치를 공정가치로 조정하기 위해 3분기 재무제표에 15억 달러의 손상차손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상차손이란 회사가 보유 중인 유·무형자산의 가치가 장부가격보다 떨어졌을 때 이를 재무제표와 손익계산서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디즈니가 OTT에 공개하는 콘텐츠 개수를 줄이면서 회사가 가진 콘텐츠 자산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실제로 디즈니에 현금 유출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디즈니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추가로 콘텐츠 삭제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추가로 발생하는 손상차손은 약 4억달러(약 5240억원)가 더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디즈니가 조 단위 손상차손을 감수하면서까지 오리지널 콘텐츠를 줄이는 이유는 ‘비용’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틴 맥카시 디즈니 CFO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특정 콘텐츠를 삭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래된 콘텐츠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는데, 신규 구독자 유입이 되지 않아 차라리 빼버리는 것이 손익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한편, 디즈니뿐 아니라 워너브라더스도 자사 스트리밍 콘텐츠를 줄이고 있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워너브라더스는 어린이용 TV 프로그램 ‘낫-투-레이트 쇼 위드 엘모’와 청소년 드라마 ‘제너레이션’ 등을 자사의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 목록에서 제외했다.
시장분석업체 모펫네이던슨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네이던슨은 “스트리밍 업체들의 손익계산서에 타격을 주는 것은 이미 공개된 콘텐츠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라며 “그 심각성을 워너브러더스가 처음 인식했고, 디즈니도 뒤따라 기존 콘텐츠를 빼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