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잠실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한 구창모는 공 5개만 던지고 자진 강판했다. 선두타자 홍창기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왼팔에 불편함을 느낀 게 화근이었다. 병원 검진 결과 왼 전완부(팔꿈치와 손목 사이 부분) 골곡근 미세 손상이 발견돼 3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강인권 NC 감독은 "재활 치료를 3주 정도하고 그다음 일정을 조율해야 할 거 같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전완부는 구창모에게 민감한 부위다. 그는 2020년 왼 전완부 피로골절 문제로 고생했다. 재활 치료 중이던 2021년 7월에는 "뼈의 유압이 완전하지 않다"는 병원 소견에 따라 왼 척골 미세골절 판 고정술(소량의 골반 뼈세포를 부상 부위에 이식 후 판을 고정하는 수술)까지 받았다. 구단이 이번 통증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던 이유다. 하지만 내부에선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구단 관계자는 "이전에 다친 게 뼈였다면 이번엔 근육"이라면서 "굴곡근은 손부터 팔꿈치까지 이어져 있는데 다행히 팔꿈치가 아닌 반대 방향 통증"이라고 전했다. 만약 팔꿈치에서 가까운 쪽의 통증이라면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그게 아니어서 일단 한숨을 돌렸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2016년 데뷔한 구창모의 한 시즌 최다 이닝은 2018년 기록한 133이닝. 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에이스지만 매년 잔부상에 시달려 규정이닝(144이닝) 소화가 없었다. 지난 4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그는 "내가 어린 선수도 아니고 규정이닝을 채운 적이 없다는 건 부끄러운 거"라고 자책하기도 했다. 부상 전 47이닝을 소화, 규정이닝까지 97이닝이 부족한데 최소 한 달 이상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할 것으로 전망돼 기록 달성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재활 치료 과정에 따라서 공백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조만간 발표 예정인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최종 엔트리 발탁도 어려워졌다. 지난 4월 말 예비 엔트리가 발표됐을 때만 하더라도 승선이 유력했지만, 부상 탓에 스텝이 꼬였다. 대회가 9월이어서 향후 몸 상태에 따라 출전이 가능할 수 있지만 부상 중인 선수를 최종 엔트리에 올리는 건 부담스럽다. 이번 AG에서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하면 오는 12월 상무야구단 입단이 사실상 확정적. 이미 구창모는 지난 1일 발표된 상무야구단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장기 계약도 영향을 받게 됐다. 구창모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NC와 비(非) 자유계약선수(FA) 다년 계약에 합의했다. 2024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획득하면 6년 최대 125억원(총 연봉 90억원, 인센티브 35억원), 2024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획득하지 못하면 6+1년, 최대 132억원을 받는 두 가지 조건이었다. 입대 시 해당 기간만큼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조항이 포함돼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 토종 에이스의 이탈로 구단이 작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강인권 감독은 "AG 엔트리 발표 얼마 남지 않았는데 시기가 아쉽다. 구창모 자리에 당분간 최성영이 들어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