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할 때 감독님께서 배려해주시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하루빨리 더 좋아지고 싶은 마음이다."
김재환(35·두산 베어스)이 모처럼 시원한 한 방을 터뜨렸다.
김재환은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한화 이글스와 정규시즌 경기에 6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2회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이날 경기 선취점이자 4-1로 승리하게 만든 결승타였다. 무엇보다도 김재환 개인이 21일 50타석 만에 터뜨린 시즌 4번째 홈런이었다.
본래 김재환은 두산을 대표하는 홈런 타자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개인 통산 홈런이 227개에 달했다. 특히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5홈런 이상을 꾸준히 때려냈고, 2018년 44홈런으로 리그 홈런왕에도 올랐다. 두산이 2021시즌 종료 후 그에게 4년 115억원이라는 거액을 주고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은 이유도 파워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 계약 후 좀처럼 가치를 다해내지 못했다. 지난해 타율 0.248 23홈런 72타점에 그쳤고, 올해도 타율 0.245 3홈런 16타점에 그치고 있다. 지난달 17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시즌 3호포를 치고 페이스를 올리는 듯 했지만, 이후에도 침묵이 길어졌다. 양의지, 양석환과 김재환의 시너지를 기대했던 두산으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성적표다.
그러던 중 6일 한화전에서 시원한 홈런포가 터졌다. 이날 타구 속도도 시속 176.1㎞에 달했다. 비거리 120m로 속도와 거리 모두 여유롭게 잠실 외야를 넘기는 대형 타구였다. 김재환이 장타가 이후에도 이어진다면, 빈공에 시달리던 두산도 안심할 수 있다.
김재환은 경기 후 "모처럼 잘 맞은 타구가 나왔다"고 돌아봤다. 만족감보다 그동안 부진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그는 "그동안 계속 안 좋았던 만큼 팀 승리에 보탬이 되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컸다"며 "오늘 훈련 전 고토 고지 타격 코치님께 부탁드려서 특타를 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전했다.
김재환이 부활을 다짐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사령탑 이승엽 감독이다. 이 감독은 KBO리그 통산 467홈런으로 역대 최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만큼 부임 때부터 김재환의 홈런포가 살아나길 바랐다. 그러나 재촉하는 대신 믿고 기다리는 길을 택해왔다.
그를 믿고 응원해준 동료, 그리고 팬들에게도 감사하긴 마찬가지다. 김재환은 "부진할 때 감독님께서 배려해주시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하루빨리 더 좋아지고 싶은 마음"이라며 "감독님, 코칭스태프, 동료 선수들은 물론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이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다. 연휴 기간임에도 야구장 찾아주신 팬분들의 함성에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