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호 전 라이엇게임즈 월드와이드 퍼블리싱 대표가 7일 서울 중구 KG타워 하모니홀에서 열린 '2023 K게임 포럼 글로벌 성공의 길을 묻다' 포럼에서 '라이엇게임즈의 글로벌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정시종 기자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을 휩쓸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의 성공 키워드는 '플레이어 포커스'였다. 본사가 정한 최소한의 기준 아래 로컬 조직이 마음껏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현지화 전략은 LoL이 10년 넘게 장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LoL 개발사 라이엇게임즈에서 월드와이드 퍼블리싱 대표를 맡았던 오진호 비트크래프트 파트너는 7일 서울 중구 순화동 KG타워 하모니홀에서 열린 '2023 K게임 포럼 글로벌 성공의 길을 묻다' 포럼에서 전 세계 플레이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법을 소개했다.
라이엇게임즈는 고등학교·대학교 동창인 마크 메릴과 브랜든 백이 2006년 설립했다.
룸메이트 생활을 하며 매일 밤 함께 즐길 정도로 하드코어 게이머들이었는데, 게임사들이 게임과 커뮤니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는 관심이 없고 무조건 신작을 앞세워 매출 증대에만 혈안이 된 것에 실망해 직접 회사를 세웠다.
개발 경험이 없는 컨설턴트와 마케터 출신이었지만 워낙 게임을 사랑해 플레이어를 대변하는 능력을 보유한 것이 차별화 강점이었다.
회사가 제시한 첫 번째 핵심 가치도 '플레이어 경험'이다.
오진호 전 라이엇게임즈 월드와이드 퍼블리싱 대표는 "매우 간단하고 누구나 얘기하지만 라이엇은 진심이다. 주주도 경영진도 게임도 아닌 플레이어가 최우선"이라며 "회사의 모든 고민은 '플레이어가 좋아해?'라는 질문에서 시작하고 끝난다"고 말했다.
오진호 전 대표가 7일 서울 중구 KG타워 하모니홀에서 열린 '2023 K게임 포럼 글로벌 성공의 길을 묻다' 포럼에서 '라이엇게임즈의 글로벌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정시종 기자
이에 회사는 컴퓨터의 전원이 꺼진 뒤에도 게임 경험이 일상에서 이어지도록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을 만들거나 관련 굿즈를 제작하는 등 종합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꾸준히 접목하고 있다.
오진호 전 대표는 2014년 승진해 미국 본사로 넘어가 배운 현지 공략 노하우도 공유했다.
글로벌 게임사는 특성상 본사와 로컬 조직 간 R&R(역할과 책임)이 뚜렷하지 않아 마찰이 생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문제를 해소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라이엇게임즈는 조직을 효율적으로 구성했다. 말로만 로컬 조직에 권한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뒷받침했다.
일반적으로 해외 지사는 별도 사업본부 아래 두고 관리하지만, 라이엇게임즈는 인터내셔널 조직과 직접 소통하도록 했다. 또 인터내셔널 조직은 CEO(최고경영자)에게 직접 보고한다.
본사의 역할은 어디에서나 동일한 게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준을 세우는 것이 전부다. 롤의 경우 서비스하는 국가가 다양하지만 챔피언의 역할이나 맵의 형태는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각 지사는 마케팅 활동 등의 권한과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본사가 만든 기준만 충족하면 눈치 볼 필요 없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녹여 기획할 수 있다.
오진호 전 대표가 7일 서울 중구 KG타워 하모니홀에서 열린 '2023 K게임 포럼 글로벌 성공의 길을 묻다' 포럼에서 '라이엇게임즈의 글로벌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정시종 기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예는 래퍼 머쉬베놈과 협업해 만든 라이엇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TFT 모바일' 홍보 영상이다. '두둥 등장'이라는 중독성 있는 가사로 호응을 얻으며 유튜브 조회수 500만회를 가뿐히 돌파했다.
오진호 전 대표는 "한국 지사를 맡았을 때 원하는 것을 모두 할 수 있었다"며 "본사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면 '두둥 등장'이라는 가사를 이해시키지 못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지사는 115년 전통의 명문 축구팀 시바스가 e스포츠팀을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MENA(중동·북아프리카) 지사는 현지 래퍼들을 모아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마케팅 효과를 봤다.
이런 노력으로 롤은 매월 1억명 이상이 즐기는 대세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매년 12개의 리그를 운영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으며, 작년 유럽 대회는 최고 동시 접속자 73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오진호 전 대표는 "글로벌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과 현지화해야 하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며 "로컬 시장과 플레이어를 본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현지 팀에게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