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1회말 한화 선발 투수 문동주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호투는 우연이 아니었다. 문동주(20·한화 이글스)가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하며 6월 쾌조의 기세를 이어갔다.
문동주는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7피안타 5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다. 올 시즌 세 번째 퀄리티스타트이자 지난 1일 대전 키움 히어로즈전에 이어 연속으로 6이닝 이상, 비자책 호투를 이어갔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4.00에서 3.53까지 낮췄다.
문동주는 4월까지만 해도 1승 2패 평균자책점 2.38로 호투했다. 신인왕, 항저우 아시안게임 승선 등이 거론됐고 구속도 국내 투수 신기록인 160.1㎞/h(스포츠투아이 기준)를 찍었다. 그러나 휴식 후 돌아온 5월 평균자책점 8.22로 갑자기 부진에 시달렸다. 제구 난조가 그를 찾아오면서 4경기 15와 3분의 1이닝 동안 기록한 사사구가 15개에 달했다.
광속구를 던지는 문동주에게 필요한 건 결국 스트라이크였고, 6월 드디어 그 감각을 찾았다. 그는 지난 1일 키움전에서는 7이닝 2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당시 87구 중 스트라이크가 62구로 높았다. 첫 7타자에게 오직 스트라이크만 던질 정도로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다.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1회말 한화 선발 투수 문동주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시적인 호투가 아니라는 걸 7일 호투에서 증명했다. 이날 마운드에 오른 문동주는 1회부터 위기에 놓였다. 시작하자 마자 정수빈과 김대한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스트라이크존을 보고 꽂은 153㎞/h 직구로 양의지에게 병살타를 유도했고, 후속 타자 양석환을 상대로는 스트라이크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각 큰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었다.
위기를 넘어서자 안정감을 찾았다. 문동주는 2회와 3회를 모두 삼자 범퇴로 솎아냈다. 1일 키움전만큼 공격적이진 않았지만, 스트라이크존을 보고 던진 덕에 김재환, 허경민 등 베테랑 타자들에게 범타를 끌어냈다. 정수빈을 상대로는 초구 커브 후 5구 연속 직구를 던지는 강수도 뒀다.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한화 선발 투수 문동주가 6회말을 무실점으로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 이닝을 압도한 건 아니다. 4회와 5회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문동주는 4회 1사 후 양의지와 양석환에게 연속 안타로 실점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후속 타자 김재환을 2루수 땅볼로 잡아 한숨을 돌렸고, 허경민을 상대로 2구 연속 커브를 떨어뜨린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이닝을 틀어막았다.
2-0으로 앞서던 5회 첫 실점이 나왔지만, 불운의 결과였다. 그는 2사 후 이유찬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했다. 범타일 수 있었지만, 절묘한 코스로 날아가 유격수 이도윤이 포구하지 못했다. 이어 정수빈이 밀어친 타구가 유격수 키를 넘기면서 좌익수 앞 안타가 됐다. 역시 강한 타구가 아니었다. 게다가 수비가 돕지 못했다. 좌익수 장진혁이 주춤한 사이 이유찬이 3루까지 진루했고, 이도윤이 중계 플레이 과정에서 공을 포구하지 못했다. 실책을 놓치지 않은 이유찬이 홈으로 질주해 문동주에게 첫 실점을 안겼다.
문동주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양의지-양석환-김재환-허경민으로 이어지는 베테랑 타순이 그를 맞았지만, 문동주의 패기가 위였다. 그는 2사 후 김재환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다른 세 타자를 뜬공-헛스윙 삼진-땅볼로 돌려세우며 퀄리티스타트를 완성했다.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한화 선발 투수 문동주가 6회말을 무실점으로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총 투구 수 101구. 커리어 동안 100구를 넘겨보지 않았던 그의 최고 기록이었고, 마침표였다. 문동주는 3-1로 앞선 7회 마운드를 '광속구 후배' 김서현에게 넘기며 이날 투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