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두 번째 경인더비 승리팀은 없었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지난 2월 첫 경기 패배를 설욕하고 시즌 첫 연승에 도전했지만 황의조의 환상골에 결국 발목이 잡혔다. 꼭 2년 전 세상을 떠난 고(故) 유상철 명예감독에게 바치려던 승리도 아쉽게 다음 기회로 미뤘다.
인천은 7일 오후 7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17라운드 홈경기에서 서울과 1-1로 비겼다. 이날 무승부로 인천은 최근 5경기 연속 무패(1승 4무)를 달렸지만, 지난 대전하나시티즌전 원정 3-1 승리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시즌 첫 연승에 실패했다.
이날 경기는 지난 2021년 6월 7일 세상을 떠난 고 유상철 감독의 2주기라는 점에서 승리를 놓친 인천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영웅이기도 했던 고인은 췌장암으로 투병 끝에 결국 세상의 별이 됐다. 인천 구단과 팬 입장에선 더욱 애틋한 사령탑이기도 했다. 췌장암 4기 진단을 받고도 끝까지 벤치를 지켰고, 팀의 1부리그 잔류를 이끈 뒤에야 지휘봉을 내려놓고 치료에 전념했기 때문이다. 한때 희망도 보였지만, 안타깝게 그는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인천 서포터스는 유상철 감독의 2주기를 잊지 않았다. 경기장 한편엔 ‘그대와 함께한 시간들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걸었고, 영원히 유상철 감독과 함께한다는 의미의 현수막도 경기장에 내걸렸다. 고인의 생전 등번호이기도 했던 전반 6분엔 1분 간 추모의 박수가 쏟아졌다. 원정 응원길에 나선 많은 서울 팬들 역시 1분 간 응원을 멈추고 고인의 추모에 동참하는 박수를 보냈다.
인천은 하늘에서 보고 있을 유상철 감독에게 승리까지 바치려 고군분투했다. 제르소의 선제골로 유리한 고지도 선점했다. 그러나 황의조와 기성용이 선보인 합작골에 동점골을 실점했고, 끝내 균형을 깨트리지 못했다. 아쉬운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인천은 음포쿠를 중심으로 김보섭과 제르소가 양 측면에 포진하는 3-4-3 전형을 가동했다. 이명주와 문지환이 중원에 포진했고 민경현과 김준엽이 윙백 역할을 맡았다. 오반석과 권한진, 김연수는 수비라인에 섰다. 골키퍼는 김동헌. 조성환 감독은 “동기부여 차원에서 사흘 전 대전하나시티즌과 같은 라인업을 썼다”고 설명했다.
서울은 황의조를 필두로 나상호와 윌리안이 양 측면에 포진하는 4-3-3 전형으로 맞섰다. 팔로세비치와 기성용 김신진이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태석과 이한범, 김주성, 박수일이 수비라인을, 백종범이 골문을 각각 지켰다.
서울이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70% 안팎의 볼 점유율을 유지하며 인천 수비 빈틈을 노렸다. 윌리안이 연이은 슈팅으로 인천 골문을 위협했다. 인천은 단단한 수비와 빠른 역습으로 맞섰다.
균형을 깨트린 건 인천이었다. 전반 19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김보섭의 크로스를 제르소가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첫 슈팅이 골로 연결됐다. 슈팅 과정에서 제르소의 슈팅이 이태석의 머리를 강타해 출혈이 발생했지만 파울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김보섭은 지난 대전전 멀티골에 이어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쌓았다.
이후에도 경기 양상은 비슷했다. 서울이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경기를 주도했고 인천이 수비 후 역습으로 맞서는 흐름이 이어졌다. 다만 양 팀 모두 결정적인 기회까진 만들지 못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나온 이한범의 헤더도 득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인천 골문을 두드리던 서울의 공격은 후반 7분 결실을 맺었다. 기성용이 뒤꿈치로 내준 절묘한 패스를 황의조가 잡았다. 아크 정면에서 찬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인천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다. 황의조는 지난 4월 수원 삼성전 득점 이후 오랜만에 리그 3호골을 터뜨렸다.
1-1로 맞선 뒤 양 팀 사령탑이 잇따라 교체카드를 꺼냈다. 조성환 감독은 김보섭과 민경현을 빼고 에르난데스와 정동윤을 투입했다. 안익수 감독도 기성용과 윌리안을 뺐다. 김경민과 오스마르를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균형을 깨트리기 위한 양 팀의 공방전이 이어졌다. 서울이 여전히 경기를 주도했고, 서울은 육탄방어로 맞섰다. 다만 서울의 공격은 마지막 슈팅이 아쉬웠고, 인천의 역습 전개도 번번이 서울 중원까지 넘기지는 못했다.
경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경기는 더욱 치열해졌다. 양 팀 모두 치열한 몸싸움을 불사하며 서로의 빈틈을 노리려 애썼다. 그러나 양 팀 모두 이렇다 할 결실을 맺진 못했다. 양 팀 사령탑들이 꺼내든 교체카드도 효과는 없었다. 결국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경기는 1-1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어느 팀도 웃지 못한 결과였다.